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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2/06 전산과 네트워크 과목의 변천사 (I)
  2. 2012/02/03 융합 연구에 부쳐 (2)
교과 과정 설계는 교수들에게 제일 중요한 일 중의 하나이다.  학과, 단대, 학교 단위로 교과과정 심의위원회가 있고, 전공 분야별로 모여서 과목 개설여부를 조절하고, 학과에 2년 강의 계획서를 매학기 제출한다.  헌데 이런 진행형의 교과 과정에 대한 정보가 학생들에게는 전달되기가 쉽지 않다.  교과 과정 심의위원회 회의록이나 학과에 제출된 2년 강의 계획서가 공개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ICU 통합 이후 지난 2년간 교과 과정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교수 수 증가로 강의 수도 증가하였는데, 다시 재정비하면서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해서 내가 아는 만큼 네트워크 과목의 변천사에 대해서 적어볼까 한다.

2003년 가을학기 KAIST에 부임했을 때, 네크워크 관련해서는 400, 500, 600대 과목이 하나씩 있었다.  441에서는 학부생들에게 전산망 개론을 가르쳤고, 540은 대학원생들에게 학부 전산망 과목에 기초해서 좀더 최신 연구 내용을 다루었고, 644은 주로 논문 위주로 다루었다.  700대 특강 과목이 있었는지는 내가 가르친 적이 없어서 가물가물하다.  대학원 과목에서 540과 644의 차별화가 오랜 고민으로 몇 년간의 논의를 거쳐 644를 폐강하였다.  441과 540은 컴퓨터 네트워크의 기초에 해당되는 내용으로 441은 교과서 위주로, 540은 주로 최신 논문 위주로 정비되었다.

전산학과 전공 필수에 들어있지 않지만 전산과 학부생이라면 꼭 들어야하는 과목들이 시스템 프로그래밍, 형식언어 및 오토마타, 컴파일러 설계, 데이터베이스 개론, 소프트웨어 공학 개론, 인공 지능 개론, 전산망 개론이라고 생각된다.  대학원 진학을 하건, 취직을 하건, 어느 분야에서 일하느냐 상관없이 기초 개념을 알아놓으면 상호연관되서 컴퓨터 시스템 전체를 보는 안목이 생기기 때문이다.  인터넷 관련 지식이 더이상 전산과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 중 하나가 아닌, 꼭 들어야 하는 과목이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네트워크 분야 교수들 사이에 형성되서 전산망 개론을 400대 과목에서 300대 단위로 낮추면서 실습을 추가하여 4학점 341로 2011년 가을부터 변경하였다. 441이 341로 바뀌면서 학기도 봄학기에서 가을로 바뀌었다.  2010년 봄에 441이 개설되었고, 2011년 가을에 341이 열렸는데, 문제는 실습이 많은 운영체제 및 실험과 같은 학기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341이 2012년 봄학기에 개설되지 않았으니 2011년과 마찬가지로 가을학기에 운영체제 및 실험과 같이 열릴텐데 강의 부담에 대해 교수들간에 추가 논의가 필요한 싯점이다.

네트워크 기초 과목인 341과 540 이외에도 추가의 과목들이 여럿 생겼다.

542 인터넷 시스템 기술 과목은 웹 서비스에 촛점을 둔 과목으로 2004년 봄에 파일럿으로 시작해,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매해 가을에 열렸다.  (참고: 새로운 과목을 열기 위해서는 교과과정 심의위원회를 통과해야하는데 대개 1-2년 교과목 번호를 할당받지 않고, 특강으로 열어서 학생들의 호응을 살펴본 후, 교과목 개설 신청서를 제출해야 단대 및 학교 교과과정 위원회에서 통과시켜준다.)

443 분산 알고리즘과 시스템 과목은 대규모 자료 처리를 위한 MapReduce 실습의 필요성을 학생들에게 경험하도록 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2007 가을 - 2008 봄 UCSD에서 안식년을 하면서 UW에서 Google 101, UCSD에서도 비슷한 내용으로 학부생들이 MapReduce를 직접 경험해보는 과목이 생긴 것에 자극받아 만들게 되었다. 2008년/2009년 가을에 492 특강 과목으로 두 번의 파일럿 개설 후, 2010년 가을에는 정식 교과목 번호를 받았다.  2011년에는 개설되지 못하였다.

 542와 443는 인터넷 기술 발달의 시대상을 대변하는 과목으로 2000년대 초기에는 웹 서버 성능이 큰 관건이였고, 서버 클러스터에서의 서비스 설계가 중요한 문제였다. 2000년대 후반 들어서는 구글이 대규모 자료 수집 및 분석을 통해 부가 서비스를 창출하면서 MapReduce와 같은 대규모 분산처리 framework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또한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의 상용화로 Amazon EC2, Windows Azure 등등의 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가 제공되기 시작하면서 네트워크 기술과 분산처리 시스템 기술의 구분이 애매해지기 시작했다. 

 분산 시스템 과목은 2002년을 마지막으로 2000년대에는 개설되지 않았다가, ICU 통합 후 543으로 만들어졌다.
443/542/543 교과목간의 차별화를 위해 443과 542를 통합하여 542로 남기고, 543은 유지하기로 하였다.  542는 인터넷 시스템 기술이라는 교과목명에 맞게 시대 변천을 반영하여 지속적으로 바뀌어 나가는 내용으로 정비하며, 543는 synchronization, consistency, fault tolerance, IPC, replication, concurrency 등을 다루는 내용으로 정착되었다.

542는 이번 학기부터는 웹사이언스공학과 WST510 웹 아키텍쳐 과목으로 공동 개설된다.  웹 상의 많은 서비스들에 소셜 네트워크에 기반한 기능들이 들어가기 시작하였고, 트위터 파생 서비스가 백만개를 돌파한 싯점에서 소셜 네트워크를 중요인터넷 서비스로 포함시키게 되었다.  443은 학부 과목이였고, 542은 대학원 과목이지만, 500대 과목은 학석사 공동이니, 관심있는 학부생들의 많은 참여를 바래본다.

340 네트워크 과학의 분석과 응용 과목은 2010년 가을에 처음 개설되어 2011년 가을까지 2번 제공되었다.  융합 학문에 대한 정보과학기술대학의 지원에 힘입어 물리, 바이오 및 뇌공학과, 문화기술대학원과 전산과 교수 5명이 서로 다르게 복잡계 네트워크를 접근하는 방법과 응용을 강의했다.  수강생의 대부분이 전산과생이나, 물리, 바뇌, 수학, 전자과 등에서도 수강을 하였다.  이렇게 네 분야의 교수들이 모여서 공동 강의를 하는 과목은 전세계적으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탓에 교과서도 없었고, 숙제, 시험 문제 만들어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2012년에는 쉬었다가 2013년 가을에 다시 개설할 예정인데, 그 때는 지금까지의 강의 노트,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서 정비된 모습으로 준비하려고 한다.  340은 컴퓨터 네트워크가 아닌 좀더 추상적인 네트워크를 다루는 과목이다.  340이란 교과목 번호 때문인지 소수의 학생들이 이 과목을 듣고 컴퓨터 네트워크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교과목 번호를 349 정도로 변경할까 고민 중이다.

무선 네트워크 관련된 과목들도 2003년 이후 생겼는데, 그에 대해서는 다시 시간을 내서 적어야겠다.

Posted by 주니고모
WCU 지원의 웹사이언스공학 전공을 시작하게 되면서 지난  2년 동안 융합 연구에 관한 고민을 많이 해왔다.  비이공계 배경의 백영민 박사님을 첫 전임교수로 모시면서, 학생들에게 학과 및 연구 내용을 소개하면서.  아직 잘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지난 2년간의 고민해 온 내용을 털어놔본다.

내게 전산학 박사가 아닌 사람들과의 융합 연구는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님과의 공동 연구가 처음이였다. 처음 하는 융합 연구다보니 전산 분야와 참 다르구나 느낄 때가 많았다. 우선 논문을 준비하는 방법 자체가 다르다.  전산하는 사람들은 학회 데드라인에 맞추느라 정신없이 달리는데 막상 논문을 제출하고 나면 논문 당락통고와 발표까지는 최소한 반년은 기다린다.  반면 물리학 분야 저널의 경우 편집장이 당락(대개 떨어지는 경우)여부를 일주일만에 통보해주기도 한다. 리뷰 및 논문 게재까지 반 년이 안 걸리는 게 대부분인 듯하다.

전산학 분야 논문들은 대개 9-14페이지로 제법 긴 편이다.  기승전결로 문제 제기, 해결책 모색 및 평가까지 다 포함되어야 하는데, 물리학 분야 논문들은 6페이지 이내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우선 논문으로 발표해놓고 추후 그 아이디어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를 내리는 듯 싶다.  헌데 분야 전체 순발력이 대단해서 몇 주 간격으로 꾸준히 보강되는 내용이  arxiv.org에 쉴새없이 올라온다.

네트워크 분석하면서 멱함수(power-law distribution)을 많이 보게 되는데, 우리 분야에서는 다루는 네트워크가 컴퓨터 네트워크 그리고 최근 들어서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정도로 제한되기 때문에 그런 네트워크에서 멱함수가 나왔다는 건 처음 보고하는 연구가 아니면 쓰기가 힘들다.  과학에서 후속검증의 필요성을 간과하는게 아니라 이미 멱함수라는게 알려져있고 그에 대한 문제 및 해결 방안이 컴퓨터 시스템 설계 및 구현에 반영되어 있다면 후속 연구의 임팩트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물리학에서는 종류가 다른 네트워크에서 멱함수 관계를 보인다는게 중요한 발견이다.  물리학은 자연의 universal law를 규명하려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5년이 넘는 공동 연구를 통해 이렇게 다르구나 느끼면서 참 재밌다고 느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어쩜 저렇게 우리랑 다를까 하면서 말이다.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분석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인가 왜 이런 현상이 나오는지 설명하지 않고 정량적으로만 접근하는데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우리 분야 논문이 재미가 없어서 읽기가 싫어지던 차, 정하웅 교수님께서 복잡계 네트워크(COREN)라는 학회를 소개시켜 주셨다.  처음 갔을 때는 못알아듣고 해서 재미가 없었는데 몇 번 더 가보니 인문사회학 분야 사람들의 얘기가 귀에 좀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회학 분야분들과 워크샵, 심포지움을 하면서 연구 방법론을 살펴보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 정말 많았다.  인터넷에 쌓여있는게 데이터인데 이 데이터를 가지고 우리가 던져야하는 제일 어렵고 힘든 질문이 무엇인가를 같이 고민하고 싶은 동료들을 만났다고나 할까.

KAIST 부임해서 얼마 안 됐을 때다.  HCI (Human Computer Interface) 분야를 연구하는 E란 친구와 우연히 융합 연구에 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 때는 내가 융합 연구를 막 시작하던 때라서 아주 기초적인 질문을 했더랬다.  융합 연구를 하려면 양쪽 분야를 반반씩만 잘 하면 되냐 물었더니, 양쪽 분야에서 다 잘해야 한단다.  그럼 그게 가능하냐 스스로에게 묻고는 답을 못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그 친구의 답이 가슴에 와 닿는다.  교직에 온 이후로 끊임없이 하게되는 질문은 학문이 무엇이냐, 내가 하고 있는 연구가 과연 교육적 가치가 정말 있는 것이냐는 것이다.  웹사이언스공학 전공이 새로운 학문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융합으로 시작하지만 궁극적으로 스스로 타학문과 차별화되는 학문적 기초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 미국의 iSchool로 통칭되는 Information School이나 Web Science 학과들을 벤치마킹할 수 있지만, 그들도 이제 시작 단계이다.  그러면서 더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융합을 통해서이건, 하늘에서 툭 떨어지듯 창조를 하건 새로운 학문 분야를 시작한다는 것은 인접 학문에 대한 깊은 이해없이는 어렵다는 것이다.  웹사이언스공학을 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학부 때 전산학 전공을 하면서 복잡계 물리쪽을 부전공하거나, 수학과 그래프 이론을 열심히 들어 놓거나, 뇌공학이나 Systems Biology 등을 살펴보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과 계통의 학생이라면 이과 전공을 부전공이나 복수 전공하지 않으면 어렵지 않을까 생각들기도 하고.  한 쪽만 어설프게 알아서는 다른 쪽으로 건너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냥 한 분야에서 편하게 살면 되지 왜 이 고생을 해야하느냐 묻는다면 그 답은 가슴 속에 있다.  재밌으니까.  10년 전에 내가 사회학자와 말이라도 섞게 될 줄 정말 꿈에도 몰랐다.  재밌다고 새로운 전공, 학과, 분야로 꼭 만들어야 하느냐?  많이 듣는 질문이다.  웹사이언스공학 전공에서 전산학과 인문사회학과의 융합을 생각하는 내게는 제일 절실한 분야가 통계이다.  전산과가 이공계인데 통계가 필요하다?  전산과 교과 과정에 확률통계는 학부/대학원 과정에서 한 과목씩만 들으면 된다.  그러나 가지고 있는 자료를 분석하고 의의를 찾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때론 고난이도의 통계 방법론을 습득하지 않고서는 어렵다.  반대로 인문사회학에서 접근하는 사람들이라면 초대용량 자료를 다룰 줄을 고민해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양쪽 다 잘 해야하는 것이다.  또한 인문사회학 이론에 대한 단단한 기초가 없으면 핵심 문제를 도출해내지 못한다.  지금의 교과과정이 제공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면 새로운 시도를 해볼만 한게 아닐지.

E가 덧붙여 얘기하길 융합 연구를 한 연구자들은 취직 및 승진에서도 손해를 본다고 걱정을 했더랬다.  그 땐 잘 이해를 못했는데 이제 생각해보니 양쪽에서 다 잘 해도 실적이 이쪽저쪽 반반씩 있으면 각 분야에서 반만 인정을 받게 될테고, 다른 분야 연구 내용을 이해못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참 어렵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E를 만나면 요즘은 어떻냐고 물어봐야겠다. 미국에서는 iSchool을 통해 어느 정도 융합 연구자들에 대한 평가방법론이 자리가 잡혀가고 있다고 판단되는지 말이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고민하면 답을 만들어 나가겠지.  하지만 혼자는 아니다.  첫 융합 연구를 같이 했던 정하웅 교수님 연구실의 안용열 박사님이 이젠 미국 인디애나 대학의 School of Informatics and Computing 학과에 부임하셔서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다.  언제든 고민을 같이 나눌 든든한 동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크게 멀리 한 발자욱 떼어놓은 기분이다.
Posted by 주니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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