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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대학원생 경쟁력
    Miscellanies 2008. 1. 25. 03:23
    박사받고 나서 미국 연구소에서 일도 해보고, 국내 대학에서 강의도 해보고, 전혀 연고가 없던 미국 대학에 나와서 안식년을 보내면서 많은 학생들을 만나보았다. 그러면서 학생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국내 대학원생 경쟁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옛날과는 달리 국내 전산학과를 나와도 미국 Top 10 학교에 유학가기가 이런저런 이유로 쉬워졌다는 것도 우리 학생들이 잘 한다는 간접적인 표시이고, 또 유럽, 미국의 교수들이 방문해서 우리 학생들과 얘기해보고는 탐내하는 것도 그렇다.  그렇게 우수한 대학원생들을 데리고 좋은 연구 결과를 내려고 할 때 우리 학생들의 능력 이외의 불리한 점을 생각해보면 제일 큰 게 잡일이다.  아래 나열한 내용들은 미국 학생들은 하지 않는 일이지만 우리 학생들은 하는 일이다.

    -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 연구실 랩장
    - 과제 제안서, 중간 보고서, 최종 보고서
    - 과제 관련 회의 참석, 과제 발표 자료 정리
    - 장비 구매
    - 장비 및 시스템 관리
    - 회식
     
    석박사 과정 신입생이 들어오면 연구실별로 신입생 유치를 위한 이런저런 행사를 주도하고, 학과 차원에서도 다양한 행사을 준비하는데, 미국 대학에서는 Graduate Student Affairs Coordinator를 두어서 해결하는 문제이다.

    연구실 랩장은 교수와 학생들간의 다양한 이견을 조율하고 중재자의 역할을 하는데, 우리 연구실에서는 대체로 task distributor 및 회식 장소 결정권을 갖는다.

    국내 과제의 경우 제안서, 중간 보고서 및 최종 보고서는 그 양이 방대하고, 과제별 작성 요령 다 각각이라서, 교수가 혼자 작성해서 과제 발표 회의 참석 다 해가면서 연구, 강의하는게 실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된다.  어쩔 수 없이 학생들에게 의존해야하는데 이는 국내 과제 평가 방법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어렵다고 생각된다.

    과제 관련 회의는 대개 교수가 참석해서 해결하지만, 학생들이 같이 가고 준비를 도와주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 미국의 Top 10 대학에 다니던 미국인 친구랑 앉아서  좋은 교수, 나쁜 교수 구분하면서 발표자료를 학생이 만드느냐 아니냐를 가지고 떠들었던 적이 있다.  그 친구가 자기 지도교수가 어디 가서 하는 튜토리얼 자료를 만들고 있길래 왜 그러냐 그랬더니 우울하게도 자기 지도교수는 이런 걸 시킨다면서 씁쓸해했던게 기억난다.  내 지도교수님들은 자료에 필요한 그래프만 받아가시고는 자료는 항상 직접 만드셨고, 자료에 꼭 내 이름을 넣어주셨던게 기억에 난다.

    장비 구매는 학과의 system administrator들이 있어서 구매를 한다.  우리 나라 전산과 중 능력있고 실력있는 system administrator를 가지고 있는 학교가 몇 이나 있을까?  전산학과 체면상 웹서버, 이멜서버 등을 외주주기도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미 연구가 아닌 commodity가 되어버린 작업들은 외주를 주던가 담당자를 두어서 해결해야한다.  이 역시 관리 시스템이 바뀌어야하는 큰 일.

    각 연구실별로 웹, 이멜, 화일 서버 관리하는 것 역시 장비 관리자가 없어서 하는 일.

    회식.  미국에서는 회식이라는 개념이 없다.  교수랑 학생이랑 같이 저녁 먹으러가는 건, 누군가 파티를 하면 있을까?  우리는 회식을 한 학기에 적어도 서너번은 한다.   개강, 종강, 과제 시작, 종결 등등해서.  실은 밥을 같이 나눠먹어야 정도 들고 해서 정말 나는 우리나라의 회식문화가 좋기는 하지만, 학생들이랑, 교수들간에, 또 무슨 연구회 등등에서 회식을 하다보면 저녁 시간이 비는 경우가 학기중에는 너무 없어서 힘들 때도 있다.  학생들은 그렇지야 않겠지만, 어떤 때는 그 즐거운 회식도 부담스러울 때가 있으리리라.

    이건 뭐 나 혼자 생각해본 건데, 학생들은 이거 말고도 연구에 방해된다고 생각되는게 있으리라.  이런 비교를 통해 드러난 시간 관리에서의 약점을 어떻게 극복해야할지 뾰족한 아이디어가 별로 없는게 현재의 딜레마다.

    p.s. 아싸하게 추운 겨울날 갑천을 내려다보면서 오랫만엔 내 사무실에 앉아있으려니 집에 온 느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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