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벵갈루루 방문기


2017년 초하루부터 인천 공항으로 향했다.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리는 COMSNETS 학술대회에 Plenary Keynote 초청 강연하러 길을 나섰다.  지금까지 여러 번 인도를 가봤지만, 이번처럼 고단하기는 처음이다.  


우선, 벵갈루루는 두번째 가는 거라 관광도 좀 해볼까 욕심을 낸게 문제였다.  인도내 여성 여행객에 대한 폭력 사건을 뉴스미디어에서 많이 다뤘더래서인지 인도 여행에 선뜻 같이 가겠다는 친구들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심지어 9월에는 Tamil Nadu와 벵갈루루가 있는 Karnataka 두 주 간의 농업용 용수 다툼으로  Bundt( 영어로는  sit-out 쯤 되려나. 길거리에 나와앉는 항의의 표현)가 발생하고, 벵갈루루 시에는 통금령이 내렸다.  깜짝 놀라서 학회 못가겠다고 했더니 조직위에서는 현지 사태는 곧 수습될테니 걱정말라고 하고, 또 잘 아는 인도 친구들도 하루이틀 그러다가 말테니 걱정말라고 한다. 아무리 평화시위라지만 매주 백만명씩 도심을 메우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을 생각해보니 역지사지. 하루이틀 통금령이야 뭐 70년대 말, 80년대 초까지 있던 통금을 살아본 60년대생에겐 그럴 수도 있는 것.


인도 가기 전에 파상풍, 볼거리, 예방주사도 맞았어야 했는데 시간이 없어 패스.

7박이라는 긴 일정이라 짐싸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여러 번 가봤는데도 전기소켓을 뭘 썼더랬는지 기억이 안나서 뒤져보니 무려 3가지가 쓰인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주로 쓰는 220-240V, 60Hz의  Type F는 아니지만 얼추. 그 와중에 썬글라스, 시계를 빼놓고 왔다.


벵갈루루는 해발 1000미터 고지에 있어서 일년내리 15-25도 사이를 오가는 온화한 기후로 외국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기후이다.  덕분에 말라리아 모기 걱정도 없고, 상대적으로 공기 오염도 뉴델리에 비해서는 훨씬 덜 하다.


서울역 환전소에서 인도 루피를 사려고 보니 인도 정부에서 부패척결 차원에서 500/1000 루피 지폐를 11월중순부터 유통 금지시켰단다. 이게 무슨 얘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정말이다. 모든 거래는 신용카드나 100 루피 이하 지폐로만 가능하단다.  결국 현지화 한 푼도 없이 떠나게 되었다.

 

우여곡절끝에 공항에 와서 코트 맡기고, 비행기 탑승권을 자세하게 보니 비행기 일정이 바뀌어 있는게 아닌가?! 싱가폴을 거쳐 가는데 원래는 1시간 반이였던 경유시간이 8시간으로 늘어났다. 비행기표를 주최측에서 제공해줬던 탓에 내 연락처가 등록되어 있지 않아서 일정 변경에 대해 연락을 못 받았던 것이다.


싱가폴 도착은 새벽 5시반. 고단한 몸을 이끌고 Transit Hotel에 6시간 들어가 단잠을 자고 나오니 몸은 살 것 같은데, 아무 준비없이 들어갔던 호텔이라 땀에 푹 적은 목폴라가 영 끈적거린다. 간단하게 쇼핑을 해서 웃도리라도 새 것으로 갈아입고, 출발 게이트로 갔다. 미니 짐 검색대를 거쳐 게이트 대기실에 앉아 나눠준 입국서류를 작성하면서 보니 비행기 출발 시간이 늦어진 이유가 인도 정부가 자국 영공을 아무 비행기도 못 지나가게 막았기 때문이란다.  "This is due to Indian airspace closure because of launching of experimental flight vehicle."  인도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 때문 ㅠㅠ  한 술 더 떠서, 항공사에서 대신 싱가폴 달러 15불에 해당하는 아침을 공항 식당에서 제공한다고 하는데 게이트 다 들어가서 비행기 타기 바로 직전에 이런 안내를 하면 어쩌라구.  서울서 출발할 때 얘기했어야지!!


벵갈루루 도착해서 챙겨간 달러를 환전하려고 하니 85불만 현금으로 주고, 나머지는 티머니같은 카드에 충전해서 준다. 현지에서 얘기를 들으니, 500/1000 루피 지폐가 98%까지 회수되었단다.  (그 중에 위조지폐는 얼마나 있을까?)  새로 발급된 2000 루피 지폐는 절대 수가 부족한 듯 대부분 100 루피 이하와 신용카드만 사용되고 있었다.  출국할 때보니 500/1000 루피를 가지고 나가는게 불법이라고 경고문이 도처에 붙어 있었다. 인도가 굉장히 빠르게 바뀌고 있구나 체감했다.  


인도에는 IIT라는 KAIST 같은 학교가 있다. 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로 IT 분야에서 맹활약하는 대부분의 인도 출신 학자, 엔지니어, 사업가들이 이 학교 출신이다.  90년대까지만 해도 IIT Mumbai, Delhi, Madras, Kanpur, Kharagpur 5개만 있었는데, 2000년대 들어서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더니 지금은 20개가 넘는다.  교직에 있는 사람으로써 대학을 어떻게 그렇게 많이 확장할 수 있나 궁금했다.  미국에 자리잡은 인도 박사들이 IIT 교수하러 돌아간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는데 말이다.  얘기를 들어보니, IIT 브랜드가 잘 알려져서 우후죽순으로 세워놓고, 정작 교수들은 근처 대학에서 모셔오거나, 기존 IIT 교수들이 임시 강사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젠 IIT라고 해서 다 같은 IIT가 아닌 셈이다.  IIT만으로도 복잡한데, 최근에는 IIIT가 또 생기고 있다.  "Triple-I T"라고 읽는다.  International Institute of Information Technology로 Delhi, Bengalulu 등등 생기고 있다.  이 학교도 IIT 명성에 묻어가려고 하나 싶어 처음에는 좋게 보지 않았는데, 인도 내에서는 산업체와의 협력에 촛점을 두고, 나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10년 후에 어디까지 가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또 비슷한 이름의 IISc도 있다.  Indian Institute of Science로 자연과학 분야에 촛점을 둔 대학원이다.  전산학은 자연과학으로 분류되기도 해서 IISc에 Computer Science 학과가 있다. 이론에 치우친 연구로 IT 산업과는 조금 괴리된 대학원 프로그램이 아닌가 하는 인상이지만, 100년 넘은 전통과 프레티지로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IIT나 IIIT에 비해 교원 충원이 쉽다고 한다.


20년전에도 IIT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따기였지만, 1-2년 열심히 공부해서 머리좋은 학생들이 들어갔는데, 이제는 우리나라처럼 초등학교 졸업 이후부터는 시험 잘보는 연습/공부만 해야 겨우 들어갈 수 있을만큼 입시가 말도 안되게 치열해졌다고 한다.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시험을 위한 공부라서 어떻게 해야하나 IIT에 자식을 보내고 싶은 부모들이 걱정이 크다고 한다.  입시는 어느 나라나 문제인가 보다.


십수년 전에 가 본 인도는 60년대와 90년대가 공존하는 느낌이였다면, 이번 벵갈루루는 70년대말/80년대와 21세기가 공존하는 느낌이였다.  7-8년 전에는 짓고 있었던 고속도로가 완공된 덕에, 중앙선을 넘나들며 트럭과 마주칠뻔해가며 운전하던 행태가 사라졌고, 시내 거리도 많이 정돈되었다 (뚜껑없는 맨홀 구멍을 이번에는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만큼 치열하게 발전한 나라가 없었다고 자신했는데, 중국, 인도, 싱가폴, 가보지는 못했지만, 말레이지아 쿠알라룸프르, 케냐 나이로비 같은 곳들은 얼마나 빨리 변할까, 단순한 인프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사고 방식까지.  21세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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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먹는 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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