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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식년 중간 점검
    Professional 2008. 4. 5. 04:58
    벌써 안식년의 반이 다 지나갔다.  지금쯤이면 강의 두서너개 새로 준비하고, 논문도 많이 쓰고 뭔가 새로운 것을 준비하고 있으리라고 예상했는데, 과제 관리하느라 이제야 안식년이 시작한 것 같아 아쉽다.

    안식년을 Top School로 오니 좋은 점이 여러 가지이다.  일단 세미나가 많고 좋다.  Distinguished Lecture Series에 한국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세미나들이 한달에 한두번 있고, job talk에서 올해 job market에 나온 스타들의 발표를 통해 누가 무슨 재미있는 연구를 하는가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Systems/Networking/Database 그룹별로 paper reading 과목에서 가끔씩 연사를 초빙해 발표를 듣는다.  이런 세미나들이 실제 학과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라서 UCSD에서처럼 폭넓게 좋은 세미나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 다음에는 여기 교수 및 학생들과의 공동 연구인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모든 미팅에는 꼬박꼬박 참석하지만, 내 관심사와 딱 맞아떨어지는게 없고 지금 우리 학생들이랑 하는 과제도 재밌고 벅차다보니, 여기서 또 일을 벌리는데 소극적이 된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안 하려니 아쉽고.  (오히려 딴 데 가서 관심사가 맞아떨어지는 다른 사람들과 일을 벌리고 있으니 더 아쉽다.)  과제 관리 좀 덜 하고 고민해봐야 되겠다.

    여기 교수들 강의를 듣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쿼터 내리 듣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첫 강의에는 들어가서 무슨 내용을 어떻게 가르치겠다는 것만 보고 들어도 도움이 되고, 안식년 끝나고 돌아가서 요것조것 해봐야지 하는 아이디어를 준다.  강의 내용 뿐 아니라 강의 진행에 대해서도 예전에 미국 대학서 수업듣던 시절 기억을 되살려준다.  우리 학교는 첫 2주 동안은 add/drop이 많아서 숙제조차 내기가 힘들고, 학생들은 강의 첫 시간을 들어보고 나서야 맘을 정하느라 처음 2주 동안은 강의가 시작했어도 뭔가 강도가 약한 느낌이다.  교수들은 강의 내용을 미리미리 웹에 올려놔야 하고 (내가 이번 주에 해야하는 일!!!), 학생들도 다음 학기에 들을 강의 일정을 좀 미리 정해놓으면 좋겠다.

    세미나, 강의, 그리고 연구, 이 세 가지가 academic infrastructure이라고 생각되는데, 지난 가을 겨울 안식년에는 40%의 시간을 과제 관리에 쓰느라 UCSD의 academic infrastructure를 맘껏 즐기지 못한 것 같다.  앞으로 남은 기간에는 20% 이하만 과제 관리에 쓰고, 나머지는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p.s. 지난 겨울, 봄에는 유럽의 학교 및 연구소들을 방문했는데, 한두군데서는 얘기해보니 내 연구 관심사와 겹치는 내용이 많아서 이리로 안식년을 왔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 안식년에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도내에서 미리 몇 군데 돌아다녀 본 다음 장소를 정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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