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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후감: The Healing of America: A Global Quest for Better, Cheaper, and Fairer Health Care
    Miscellanies 2009. 11. 8. 18:31

    지난 달에는 T.R. Reid가 쓴 "The Healing of America: A Global Quest for Better, Cheaper, and Fairer Health Care"란 책을 읽었다.  The Washington Post의 특파원으로 전세계를 돌면서 각 나라의 의료보험제도를 비교한 책이다.  미국에서 10년동안 살면서 의료보험이 없어서 어려운 얘기도 종종 듣고, 소위 네트워크에 있는 의사를 고르느라 복잡했던 기억도 있고 해서 나라마다 의료보험이 뭐 그리 다를까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십수년 전에 어깨 부상으로 박아넣은 철핀 때문에 어깨를 돌리기가 수월치않고, 가끔 통증이 오는 문제를 저자가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 캐나다에서 의사를 찾아가 치료방법을 의논하면서 각 나라의 의료보험제도를 설명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미국을 제외한 언급된 모든 나라에서는 전국민 의료보험 혜택이 있는데 반해서 미국에는 20~30% 정도의 국민이 의료보험이 없거나 보험으로 보장되는 부분이 너무 적어서 실제로 병에 걸렸을 때 도움이 안된다.  세계 최고의 의료진과 의료시설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 수명은 77.85년으로 세계 47위,  DALE (Disability-Adjusted Life Expectancy; 소위 건강 수명 지수)는  세계 24위, 유아사망률 세계 22위로 세계 최대의 부국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수준이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수명은 세계 28위, DALE은 51위, 유아사망률 21위이다).

    왜 그럴까?  결론은 미국 국민들이 아직도 전국민 의료 보험에 대한 도덕적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고 있어서라고 쓰고 있다.  1935년에 Social Security(국민 연금제)를 시작한 나라에서 전국민 의료보험이 이렇게 힘들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  첫 번째 이유는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사회주의적"이라는 단어가 "공산주의"와 같게 해석되는 미국민 정서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전국민 의료보험을 정책적으로 구현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 것이라는 오해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위에 언급된 나라들이 GDP의 7~9% 내외를  의료보험에 지출하면서 90~100% 국민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사실을 설명한다.  반면 미국은  GDP의 13%를 쓰면서도 70~80%의 국민들밖에 의료보험 혜택이 가지 않는 점을 지적하고, 이러한 비효율 때문에 국가 경쟁력이 잠식당함을 설명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이미 의료정보 전산화가 완료되어 환자가 어느 병원을 가도 의료보험카드로 기록을 쉽게 열람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아직도 서류로 처리되기 때문에 병원마다 환자 기록부 관리에 큰 노력이 든다.  영국에서는 의사, 간호원이 국가 공무원으로 비영리로 일하고, 독일에서는 보험회사들이 비영리로 단체로 등록되어 있는데, 미국에서는 의사, 보험회사가 모두 영리단체이라서 제도적 개편이 시급함을 지적하였다.

    대부분의 나라는 독일의 Bismarck 모델과 영국의 Beveridge 모델을 국내 상황에 맞게 채택한 형태를 띈다.  독일 모델은 보험회사가 비영리이고, 영국 모델은 의료 서비스가 비영리인 모델로 우리나라는 독일 모델의 변형인 NHI (National Health Insurance) 모델을 채택한 것으로 설명한다.  아시아의 4룡 모두 경제적 성장에 발맞춰 국민 의료보험을 채택했고, 대만의 경우 하버드 대학의 공공복지 경제 전문가인 William Hsiao 박사와의 7년간의 공동 연구를 통한 준비 끝에 1994년에 도입하였다.

    1992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의욕적으로 시도한 것이 의료보험 제도 개선이였다.  Hilary Clinton이 주도한 개혁이 궁극적으로 실패한 이유는 전략에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의료보험 제도 개선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측면만 너무 강조한 나머지 도덕적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어제 2009년 11월 7일 토요일 저녁에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health care overhaul bill이 하원을 통과했다.  2015년까지 $1.1 trillion이 필요하다고 한다.  제도적인 개편을 어떻게 이뤄낼지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도력을 지켜볼 일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전국민을 위한 의료보험을 갖게된 미국민들에게 축하의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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