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무학과 학생들이 학과를 정할 때면 어느 과로 학생들이 얼마나 몰렸나를 살펴보게 된다. 고등학생들이나 학부 1년생이 학과를 정하는 기준은 개인적인 선호도, 장래 발전 가능성, 그리고 미디아에서 얻는 정보가 아닐까 판단해 본다. 헌데 요새 전산학과 학생수가 많이 감소하는 현상은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인 듯 하다. 이번 주 그리스에 있는 학회에 와서도 영국 캠브리지대학 교수 친구와 이 얘기를 하게 됐다. 우리 분야가 역사가 짧아서 지난 30~40년 동안에는 학계에 자리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국내에도 학계 수용능력이 안정적인 수준에 접어들어서 예전처럼 학교에 취직하기는 쉽지 않아졌지만, 성숙기에 접어든 분야라면 어디나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문제가 아니다. 한편 업계의 현황을 살펴보면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지망하는 학생수는 지난 몇 년간 많이 줄어들었다. 캠브리지 대학 교수 친구 왈, 11월 중순에 Industrial Supporter's Club 행사가 있는데 학과에서 졸업생 취직을 돕기 위해 만든 job fair인 셈이다. 놀라운게 올해 졸업생이 35명인데, 현재 51개의 회사에서 참여의사를 밝혀왔고, 51개 회사에 Microsoft와 Google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Microsoft와 Google은 따로 날을 잡아서 행사를 한다. 51개 회사에서 적어도 2-3명을 파견할텐데, 학생 수보다 회사 사람들 수가 곱절도 넘게 많은 걸 보면 공급이 수요를 당분간 따라가지 못하리란 예상을 같이 했다.
요새 국내에서는 IT융합을 하지 않으면 연구비가 없다는 얘기도 했는데 영국도 마찬가지란다. 융합도 좋지만 기초 연구는 융합을 하던 뭐하던 그저 열심히 해야되는 거지. 전산도 대강 하고 다른 분야도 대강 해서 융합이 되는게 아니라, 전산도 또 다른 분야도 잘 해야 융합이 되는 거니까.
어쨌건 수요가 있는데 공급이 주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