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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기 소개서
    Professional 2007. 6. 18. 15:07
    매년 입시때가 되면 석박사 지원서류를 훑어보는데 읽을만한 자기 소개서가 없어 서류전형이 재미가 없을 때가 많다.  자기 소개서는 지금까지 무엇을 어떻게 뛰어나게 잘 해 왔으니까 석박사 과정을 성공적으로 해낼 것이다라는 확신을 주게끔 써야되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신통치 않은게 대부분이다.

    일단, 성장과정에 대한 이야기로 백이면 백 시작한다는 것이다.  예전에 내가 박사받고 미국 대학을 고려해보려고  teaching statement를 한 번 써서는 지도교수님께 보여드렸더니, 동양 학생들은 백이면 백 유교의 영향으로 선생이 존경받는 직업이고 어쩌고 해서 나도 교수가 되고 싶다고 쓰기 때문에 절대로 그렇게 시작하지 말라고 하셨다. 
    전기 입시 때면 200명이 넘는 지원자의 서류를 살펴봐야하는 심사위원 입장을 생각해야한다.  좋은 인상을 남기려면 시작부터 뭔가 다를 필요가 있다.

    그 다음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내용은 신앙심에 관한 내용이다.  미국에서는 나이, 결혼, 종교에 대해서는 면접 심사때 물어보는게 불법이다.  나이, 종교, 및 결혼 경력에 따라 차별을 두지 않기 위해서이다.  물론 지원자가 스스로 밝히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종교관은 학교 지원과는 전혀 상관없고, 나처럼 무신론 또는 범신론자인 사람에게는  정말 읽기 짜증나는 내용이다.

    이처럼 뻔한 얘기나 쓸데없는 얘기를 써놓기도 하지만, 또 정작 필요한 내용은 적어놓지를 않는다.

    예를 들자면, 4년제 대학을 왜 5~6년씩 다녔는지.  요새는 재수강이 하도 유행이라서 일이학년때는 마냥 째고, 3,4학년 때 모두 재수강을 해서 성적을 올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럴 경우 대개 5년이상해서 졸업을 하는데, 그런 학생들 보면 대학원 와서도 남들 한 번 하고 넘어갈 것을 마치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다시 하지 뭐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  저학년 과목은 이유가 있어서 저학년 때 가르치는 것이다.  재수강으로 고학년때 다시 들으면 처음보다 훨씬 쉽다.  하지만 인생에서 두 번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대학 4년 다니면서 사고의 폭을 넓히려고 동아리 등의 활동을 한 경우에도 너무 이것저것 다했다고 얘기하면 믿을 수가 없다.  서류에는 온갖 프로젝트에 과제를 다 했다고 써왔길래 좀 심도깊은 질문을 하면 전혀 답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적힌 내용을 액면가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자기가 진짜 한 일이 무엇인가를 요점만 써주면 좋겠다.

    재미없는 자기 소개서의 특징을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A4 용지 한 장 가득히 단락도 없이 쓰여진 경우이다.  수십장에서 수백장을 하루 이틀 걸려 읽다보면, 그런 소개서는 정말 읽히지가 않는다.  단락도 좀 나누고, 중요한 키워드는 강조도 좀 해서 눈에 확 띄게 하면 좋겠다.

    학생들이 쓰는 자기 소개서와는 다르지만, 박사학위 후에 학교에 자리를 잡으려면 research statement와 teaching statement를 써야한다.  Job market에 나가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홈피를 통해 이 자료들을 웹에 공개한다.  또한 tenure를 받아야하는 교수들도 지금까지 자기 연구를 요약한 글을 curriculum vitae와 같이 공개해놓는다.  익명으로 자신의 tenure case를 심사하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정보를 쉽게 가져갈 수 있도록 말이다.

    아무리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도 자기 "자랑"을 별 흉잡히지 않고 잘 쓰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교정을 여러 번 봐야한다.  자기 소개서를 일단 한 번 써서 친구들도 보여주고, 선배들보고도 봐달라고 해서 교정을 여러 번 보면 한결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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