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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술대회, 저널, 그리고 전산학
    Professional 2009. 9. 9. 09:04

    올 여름초이다.  봄철 내리 이어졌던 학술대회 논문 제출이 초여름까지 계속 되면서 녹초가 됐었다.  친구들이 저녁먹자고 해도 늘 학술대회 논문 제출 기한이 두 주밖에 안 남아 바빠서 안되겠다는 핑게를 반 년동안 계속 해대다 보면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삼사주 간격으로 한 학술대회 논문 제출이 끝나면 다음 학술대회 준비.  데드라인 위주로 스케쥴을 짜다보니 숨쉴틈이 없게 됐었다.  녹초가 되고나니 이건 뭔가 아닌데라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연구는 전산과만 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분야 사람들도 공부하고, 논문쓰고 하는데 왜 나만 바쁠까?  생각해보니 학술대회 논문 제출 기한에 매달려 살아야하는 우리 분야의 특성상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똑같이 연구했어도 전산 분야는 제출기한에 맞춰 논문을 내야하고, 다른 분야는 아무 때나 논문이 준비되면 저널에 내면 된다.  학술대회는 일년에 한 번씩 열리기 때문에 올해 제출기한을 놓치면 내년까지 기다리거나 아니면 비슷한 다른 학회를 찾아봐야 한다.  한 분야에서 제일 권위있는 학회에 꼭 내고 싶다면 연구 결과물 발표를 학회 일정에 맞춰 해야되는 셈이다.  그래서 나와 같은 연구 분야에 있는 친구들과는 1월말, 5월초, 9월말, 10월말에는 무슨 행사를 잡지 못한다. 다들 학회 논문쓰느라고 바쁠테니까.  학술대회가서도 다른 학회에 낼 논문쓰느라 밤잠 설치기도 부지기수.  연구도 좋지만 내가 50살, 60살 되면 체력이 달려서라도 이렇게는 못하겠다 생각한게 몇 번인지.

    올봄부터 여름까지 열심히 연구한 덕에 이번 가을에는 세 개의 국제학술대회에서 논문 발표를 하고, 서너개의 학술대회 논문을 쓰고 있다.  보통 때 같으면 한 학기에 한두번의 해외출장은 가볍게 소화해낼텐데, 이번 학기에는 학술대회말고도 위원회 활동 때문에 해외출장을 두 번 더 하게되서 학생들 학회 논문 발표를 아예 가보지도 못할 것 같다.  기껏 논문썼는데 그 결과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고 의견을 나눌 기회를 잃는다는게 많이 아쉽다.  헌데 연구를 많이 하는 사람은 도대체 일년에 몇 개의 학술대회를 소화해야하는 건지?  대부분의 학술대회가 아직은 미국과 유럽에서 열려서 동양권에 있는 연구자들은 상대적으로 여행 경비 및 시간에 대한 부담도 크다.

    이번 달 2009년 8월호 Communication of the ACM (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에 "Time for Computer Science to Grow Up"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전산학 분야에서 학술대회가 저널보다 더 중요한 논문 발표의 장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재, 학술대회 논문 제출기한에 의한 연구 결과 발표 기회의 인위적 주기성, 소통의 기회로써의 학술대회의 한계점, 여행 부담 등등을 지적하면서, 전산학도 이제 슬슬 저널로 옮겨가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Computing Research Association(CRA)이 리더쉽을 보여야한다는 요지이다.  논문 데드라인에 마냥 목메고 살 수는 없으니까 취지는 십분 지지하지만, 과연 학술대회 위주의 관행에서 저널로 옮겨갈 수 있을까?  내가 정년퇴직하기 전까지 바뀔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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