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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학술대회 예산 운영 방법
    Professional 2012. 11. 1. 20:36

    국내에서 국제학술대회를 몇 번 치루고 나니 이런 저런 경험이 좀 쌓였다.  경험담을 한 번 정리해본다.

    조직위원장(General Chair)으로 제일 힘든 부분은 수지타산을 맞추는 일이다.  학회가 돈 벌자고 하는 사업이 아니니 돈을 벌면 안되고, 그렇다고 돈을 잃어도 안 되니 딱 맞춰야 하는데 학회 등록을 몇 명이 할지 모르기 때문에 밤잠을 설치게 된다. 학술대회장(Technical Chair)은 좋은 프로그램만 만들면 되니까 좋은 학술위원들 참여시키고, 좋은 논문 들어오길 빌다가 논문 수가 좀 부족하다 싶으면 패널짜고, invited speaker도 생각해보고, 포스터 세션도 만들고 하면 된다. 하지만 조직위원장은 돈을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 정신적 부담이 크다.

    우선 학술대회 장소와 기간을 정해야한다. 장소는 예산에 제일 영향을 많이 주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한다. 소규모 워크샵은 대개 학교내 강당이 싸고 좋지만 식사를 출장 뷔페나 구내식당에서 해결해야하기 때문에 참가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때론 아주 소규모로 invitation-only 워크샵을 할 경우에는 좋은 리조트로 가기도 하는데 이 때는 스폰서가 확실하게 있는 경우이다.  독일의 Dagstuhl 세미나 시리즈나 이태리의 Bertinoro 등이 이런 invitation-only 워크샵을 하기에 좋으면서 독일 정부 내지는 지방 정부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이 가능한 곳이다. 대규모 학회는 컨벤션 센터를 이용하게 되는데 예산이 억대를 넘어가게 된다.

    등록금은 장소 대여료 + 식대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나는 예산을 짤 때 기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등록 인원을 가지고 학회 운영이 가능하도록 한다. 추가 등록으로 들어오는 수입으로는 식사를 좀 비싼 걸로 하거나, 맥주 등의 음료를 공짜로 제공하거나, 커피 타임 때 과자와 과일처럼 당일에도 변경가능한 항목에 쓴다.

    후원금의 경우는 학회 준비 초반에 결정된 경우에는 장소 대여료, 연사 초청료 등에 쓰지만, 때론 학술대회 두세달을 남겨놓고 돈이 들어오기도 한다. 이런 돈은 대개 학생들 travel grant로 지출한다. travel grant는 학술대회 한두달 전에 결과를 통지하기 때문에 일정이 잘 맞는다.

    후원 학회가 IEEE이나 ACM와 같은 해외 대규모 학술회인 경우에는 그 학회에서 모든 수입과 지출을 처리해주기 때문에 편하다. 학술대회 당일에는 직원이 파견나와서 처리를 한다. 이 때는 최악의 경우 적자가 나도 학술회에서 책임을 지기 때문에 조직위원장의 심적 부담이 덜하다.  경제적 책임을 져주는 학술회가 없는 indie 대회도 많은데 이런 경우에는 신용카드를 통한 등록비 처리를 위해 국내 학술회의 도움을 받다.  등록비의 일정 %를 수수료로 학술회에 내고 나머지 돈을 넘겨 받는다.  국내 기업 후원금의 경우도 공문이 나가야 하기 때문에 등록비와 마찬가지로 학술회에서 선처리해준다.

    해외 기업의 후원금은 상황이 좀 복잡하다.  어떤 기업은 후원금을 교수 개인 이름으로 보내줬던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미국 기업들 중에는 기부금에 대한 세금 혜택을 위해 Internal Revenue Service (IRS) 에 제출할 서류를 요구하기도 한다.  IRS에서 인정하는 non-profit organization에 되려면 우선 등록번호를 받고 심사에서 요구하는데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야한다. 비용은 몇 백불 정도 드는 걸로 알고 있다.  아니면 미국 변호사에게 공증을 받거나 해당 단체가 비영리단체임을 공증받아야 한다.  국내 학술회 중에서 이렇게 IRS에 등록된 단체가 있는지 모르겠다.  다른 방법으로는 W-8BEN을 제출하면서 국내 비영리 단체이고 외국 학술회의 정회원임을 증빙하는 서류를 영어 공증을 받아 같이 제출하면 된다. (아직 확인 필요)

    학교에서 학술대회 지원 차원에서 경비 처리를 도와줄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안된다.  우선 학교 내에서 열리지 않고, 학교에서 기획해서 주최한 행사가 아닐 경우 학회 후원금이 학교를 통하게 되면 학교가 탈세의 중간 역할을 하는 셈이 되서 문제가 된다. KAIST의 경우 기업과의 산합협동 공개 강좌 등의 수익사업이 있어서 교육 및 영리 사업 기관이라서 비영리 기관이 가지는 세금 혜택도 못받는 걸로 알고 있다.

    학술대회가 끝나고 밀린 영수증 다 처리하고도 돈이 남는 경우가 많다 (적자내면 조직위원장이 책임져야 하니까).  IEEE나 ACM가 재정을 책임져 준 경우는 IEEE와 ACM으로 귀속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조직위원장이 처리하게 된다.  대개는 학회 일정 도와주느라 수고한 학생들과 사무진, 그리고 운영위원들에게 회식비와 작은 감사의 선물을 드리는데 쓴다. 그래도 남았던 PAM 2009, APSys 2012의 경우는 그 다음 학회로 운영 경비를 넘겨줬다.  우리 학교 정교민 교수님의 경우에는 정보과학회에 기부를 하시기도 했다.

    조직위원장은 thankless job이다. 머리아프고 복잡한 일은 도맡아서 하고 행사 운영에 관한 불평도 다 뒤집어쓰면서도 학술대회의 실질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영향력을 거의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USENIX와 같은 학술회에서는 산하 학술대회에서 조직위원장 역할을 학술회 직원이 맡아서 해준다. 교수들이 자원봉사하는 학술대회에 비해 값도 좀 비싸고, 맨날 뻔한 장소에서 되풀이하는 지루함은 있지만 나름 장점이 있는 셈이다.  Rite of passage처럼 몇 번은 하지만 또 하고 싶지는 않은 역할이다.  그나마 낙이라면 학술대회 유치해오면 국내 연구원들이 멀리 가지 않고 좋은 발표를 많이 들을 수 있고, 아무래도 조직위원장을 하다보면 해당 분야의 중진급들과 교류가 많아지기 때문에 학술대회 위원, 패널리스트, 초청 연사 선정에 추천을 요청받기도 하기 때문에 국내 신진 연구원들의 진출을 도울 수 있기도 하다.  좋은 연구에 관한 발표를 듣고 싶다는 아주 기본적인 욕구에 플러스 알파들인 셈이다.

    80년대에는 해외 학회 참석 자체가 어려웠던 시절이였다면, 90년대 말부터 BK 지원이 시작되면서 대학원생들이 해외 학회 발표의 기회도 많아지고, 국내 연구진의 실적이 질적 양적으로 큰 성장을 해왔다.  IEEE NOMS 2004, IEEE ICC 2005, VLDB 2006, ICSW 2007, UbiComp 2008, ACL 2012, WWW 2014 등과 같이 큼직한 학술대회도 많이 유치해오기 시작했다.  국내 학술회들의 지원이 큰 부분임을 물론이다.  이런 원활한 학문적 교류를 위한 인프라로써 큰 도움을 주는 국내 학술회들의 역량에 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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