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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기대하는 대학원생 이상형 (II)
    Miscellanies 2013. 8. 21. 22:51

    징했던 여름도 이제 끝이 보이기 시작하나보다. 더위가 한풀 껶였다.  개학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고, 강의 준비의 초조함이 크레센도를 타기 시작한다.  일년 가까이 손대지 못한 홈페이지와 10년된 연구실 홈피 디자인도 바꿔야 하고. 교수들만 바빠지는게 아니다.  학생들도 남은 여름의 끝자락에라도 휴가를 다녀와야하고, 후기 입학생들을 위한 OT도 해줘야하고.

    올봄엔가 우리 연구실 지원하는 학생수가 많이 줄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경력 10년차, 더이상 신선하고 팔팔한 신임교수도 아니고, 어느 정도 평판도 쌓였으니 학생들이  굳이 찾아오지 않아도 충분한 사전 정보가 제공되고 있으니 그럴 수 있다 생각했다.  헌데 엊그제 우리 방 학생들에게 깜짝 놀랄 얘기를 들었다.  일년 전엔가 블로그에 쓴 "내가 기대하는 대학원생 이상형"이 학생들에겐 이룰 수 없는 수준이라 지레 포기를 하는 학생들이 많아서라고.  뭐라?!!!!  그건 교수로써 내가 "꿈꾸는" 바다.  오죽하면 제목이 "이상형"인가!

    현실은 다르다.  석박사 하는 동안 그런 모습을 갖추게 지도하는게 내 임무다.  토익 900점 나올 때까지 계속 채근하고 (영어공부비도 필요하면 지원하고) 학부때 듣지 않았던 과목도 필요하면, 또 나쁜 성적 각오하고 대학원 수준으로라도 듣게 한다.  이렇게 지도하다보니 학부생들한테 미리 얘기해주면 대학원 준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블로그에 적었는데 그게 마치 자격 요건처럼 받아들여졌다는 애기를 들으니 난감할 밖에.

    박사 졸업생들을 살펴보면 교수 말대로 연구해서 잘 된게 아니라 하고 싶은거 해서 잘 됐다고 생각된다.  학부 때 성적 뛰어났던 학생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고, 입학 때부터 영어를 잘 했던 학생도 있고 그렇지 못했던 학생도 있고.  다같이 공통점이라면 하고 싶은 연구를 할 때 연구 이외의 것에 발목잡히지 않았다는 것?  영어가 안되서 논문 못쓰지 않았고, 관련 과목 수업 안 들어서 다른 사람들이 써놓은 논문 이해못하지 않았고, 자신의 연구 결과를 조목조목 논리있게 풀어나가는데 남보기 뻔한 논리적 점프로 공격당하지 않았다.  이전의 블로그 포스팅은 그렇게 되기까지의 준비 과정을 나름 정리해본 것이였다.  스펙 쌓는데 필요한 체크리스트가 아니다.

    예전에 어느 교수님께 물은 적이 있다.  "교수님께선 어떤 학생을 뽑으시나요?"  "전 축구 잘 하는 학생들을 뽑습니다."  나는 그 말을 다음처럼 해석했다.  우리 학교에 오는 학생이면 다 훌륭하니 축구 좋아하는지만 보고 뽑아도 된다, 아니면 학생 지도에 자신있다, 어떤 학생이 와도 좋다.  어떤 쪽이건 학생들이 들어와서 신나게 시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는 분이라 멋지다고 생각했다.  교수들마다 연구 및 강의에 대한 노하우가 다 달라서 내가 그대로 보고 베낄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  나도 축구 잘 하는 학생 좋아하는데....

    새 학기가 곧 시작이다.  여름 방학이 6월부터 3개월이였던 때가 좋았는데.  2달짜리 여름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래도 시원한 가을을 상쾌하게 맞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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