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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제 관리 스트레스
    Professional 2013. 8. 27. 21:45

    매년 1-2월과 6-8월에는 과제 제안서 때문에 마음이 바쁘다.  3-5월에는 과제 심사 결과 기다리며 초조하게 보내고, 9월부터 연말까지는 실적 챙기랴, 후반기 과제 평가 현황 살펴보랴 늘 맘이 편한 달이 없다.  간간이 외국 회사에서 기프트형태로 주는 과제도 낼 수 있나 살펴봐야하고, 국제 협력 연구는 어떤 과제로 만들 수 있을지 알아보고 다녀야하고.

    흔히들 교수는 중소기업 사장이라고 얘기한다.  학생, 연구원 사무원 합해 대개 5명에서 20명쯤 거느리고 있어서 규모도 그렇거니와 해야하는 잡일도 종류가 무척 다양해서 딱 맞는 표현이다.  연구만 잘 하는 교수는 MBA급 사무원에 방문 앞에 돈 들고 줄 서있는 물주들이 없는 한 살아남기 힘들다.

    그래도 과제 스트레스 중에서 제일 힘든 건 학생들 인건비다.  부임 후, 학생들 인건비 지급 못했던 적 없고, 인건비 인상은 했어도 깎았던 적 없고, 연말 보너스 조금이라도 지급 못했던 적 없으면서도 늘 걱정되고, 두 다리 쉬이 뻗지 못하겠다.  연구실 예산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해서 이렇게 쓰세요 저만큼 벌어오세요 코치해주는 연구처가 없는 상황이라 내가 수시로 연구비 상황 챙겨야하는데 그게 잘 안되는 탓이 제일 크고, 그 담으론 금전문제엔 늘 긴장하고 쫀쫀한 내 성격 탓이리라.  올해 먹고 살만해도 내년이 불안하고, 내년 걱정땜에 모든 과제 공고를 기웃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6-8월도 그랬다. 삼성미래기술재단 과제가 뜬다뜬다 소문만 무성한 속에서 설레발치고, 미래부 가을 기술수요조사는 공지되고 일주일만에 써야하고, 얼결에 한국연구재단 후반부 과제 제안은 못하고, 외국 기업 과제 제안 또 하나 해볼까 고민해보고.  과제가 다되면 어쩌나, 다 안되면 어쩌나.

    교내 식당에서 우연히 저녁을 같이 먹은 다른 과 교수님 한 분도 마찬가지 고민 중이셨다. 지금 하고 있는 과제 3개가 내년 2월에 다 종료라서 눈앞이 캄캄하시다고.  동병상련으로 손잡고 울었다.

    그래도 과제비 걱정은 나은 편이다.  어제는 저녁을 같이 하시기로 했던 교수님이 궤양으로 식사가 힘들어 못오시게 되었다.  마침 앞에 앉아있던 학생에게 "교수들 궤양은 과제 때문도 아니고 돈 문제도 아니고 오로지 학생들때문에 생기는 거다" 했더니, 학생 왈, "저희도 위궤양, 역류성 식도염, 위염 달고 삽니다."라고 답해서 깔깔깔 웃었다.

    "궤양거리"도 안되는 과제 관리 고민은 대충하고, 진짜 궤양 안 생기게 학생들이랑 연구 알차게 해야지 싶은데 내 손은 다음 과제 같이 할 사람 꼬시려고 수화기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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