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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연한" 사고의 이태리 사람들
    Miscellanies 2006. 9. 17. 21:41

    2006.9.13.

    이번 주는 SIGCOMM 학회 때문에 Pisa에 일주일동안 묶여있다. 
    Pisa가 원체 작은 도시인데다가 근처의 Siena처럼 아주 예쁘지도 않고
    Firenze처럼 엄청난 Duomo가 있는 것도 아닌데, 기울어진 탑 하나랑
    전산학과가 이태리에서는 처음 생긴 대학도시라는 하루이틀 어치의 이유로
    일주일을 묶여있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덕분에 학회는 고색창연한 옛 철도역사 건물에서 반향음때문에 알아들을 수 없는 발표를
    냉방장치 없이 들으며 높고 푸른 이태리의 가을 하늘을 즐기며 진행되고 있다.

    내가 묵는 호텔은 도시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서 셔틀을 타야한다.
    셔틀은 오전 7시부터 정오까지,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30분간격으로 운영되는데
    딱히 정해진 코스가 있는게 아니라 그때그때 손님들이 가려는 방향에 따라
    달라진다.  어제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8시 30분 셔틀을 놓치는 바람에
    9시 학회 시작시간을 맞추지 못했더래서 오늘은
    좀 일찍 나온다고 8시 15분부터 기다리고 있는데 8시 반이 지나도 나타나지를
    않았다.  8시 45분 다되서 나타나더니 운전사 왈 다른 방향으로 가야하는 손님들이
    예약을 해놔서 태워줄 수가 없단다.  이 순간에 성질급한 사람이면 벌써
    목소리가 올라갔을텐데, 유들유들 기분나쁘지않게 이 나쁜 소식을 전해주는 운전사한테
    화를 낼 수가 없어서, 그냥 편한 목소리로 8시 30분에 오기로 했던 셔틀은 왜
    안 왔냐고 했더니 안에 들어가서 잠시 알아보겠다고 했다.  안에서 미리 예약한 팀의
    매니저와 얘기를 하는 듯 하더니, 그럼 데려다주겠다고하더니 우르르 사람들을 태워서는
    바로 출발하는 것이였다.  셔틀을 타고 가면서 다행이다 한숨을 내쉬면서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높였으면 아침부터 괜히 열올리고 구경거리 만들었겠다 싶었다.  시간표대로
    안 움직이고,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이 불쑥불쑥 터지지만, 어찌어찌 하다보면 대강
    내가 하고 싶고 가고 싶은 쪽으로 가고 있는 곳이 이태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표현대로 하자면 좋은게 좋다랄까.

    (그 다음날 셔틀을 탈 때는 셔틀이 30분 간격이 아니라 45분 간격으로 운행된다는
    통고를 받았다.  그래서 조금 늦기는 했지만  결국 학회에 갈 수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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