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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천서 쓰기
    Professional 2014. 8. 28. 00:47

    이번 주에 우리 학과 2015년 전기 대학원 면접 입시가 치뤄졌다.  박사 과정 지원자들의 경우 지도교수가 추천서를 학과 사무실로 제출한다.  그래서 입시에 참가하면 다른 교수들이 쓴 추천서를 보게 된다.  추천서에는 학생의 장점이 무엇인지 교수들 나름대로의 스타일로 부각되어 있다.  언제부턴가 난 이 추천서를 영어로 쓰기 시작했다.  우리 학과에는 영어가 편하신 분들이 제법 되서 나만 추천서를 영어로 쓰는 건 아니다.  올해의 경우에는 추천서를 써야한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아서 후다닥 내야했기에 대강 우리말로 써서 낼까 했지만 기왕 쓰는거 한두시간만 더 투자하자 하곤 영어로 냈다.

    왜?  입시에 우리 학과의 외국인 교수가 들어올지도 몰라서?  물론 그것도 고려했지만, 제일 큰 이유는 앞으로 써야할 추천서가 줄줄이라서 아예 영어로 써놓으면 편하기 때문이다.  박사 과정 올라올 학생이라면 내가 앞으로 추천서 써야할 일이 무지 많으리라는 즐거운 예상을 하기 때문이다.

    웬 추천서를 그리 많이 쓰느냐고?  박사 학생의 경우 졸업 전에 해외 인턴을 가거나 학술대회 참가비 지원 신청때 지도교수 추천서가 필요하다.  요즘은 외국계 회사나 연구재단에서 주는 펠로우쉽과 같은 외부 장학금 신청에도 추천서가 들어간다.  해서 적게는 한두번, 많으면 다섯번 이상의 추천서를 박사 재학 중에도 써야한다.  졸업할 때는 추천서가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연구를 했고, 그 연구가 얼마나 뛰어난지, 그리고 사람도 얼마나 훌륭한지 공들여 써야한다.  그럼 졸업하면 끝이냐, 그게 또 아니다.  학술분야별로 젊은 과학자상, 교수들에게 주는 펠로우쉽, 영년직 심사 등등이 있을 때마다 추천서를 계속 써주게 된다.  아 참, 영년직 심사는 지도교수에게 원칙적으로 못 받게 되어 있어서 써 줄 필요가 없지만.

    추천서가 내 직업에서는 제일 creative writing에 가깝다.  그래서 참 힘들다.  연구 결과에 대한 사무적인 보고가 아니라, 읽는 사람이 피추천인에 대한 좋은 인상을 팍~ 받도록 써야하는데 맨날 논문만 쓰던 내겐 표현이 잘 안 돼 답답할 때가 많다.  그래서 미리라도 써놓고, 기회가 되면 고쳐서 내고, 또 고치고 하다 보면 학생이 졸업할 때 제일 중요한 추천서를 잘 쓸 수 있으리라는 내 나름의 계산인 것이다.  추천서는 글로 쓰는 남 칭찬이고, 즐거운 작업이다.  교수의 고유 업무 중 나름 행복한 일에 속하는.  항상 급하게 써서 내야하는게 아쉬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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