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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유머] 마치 논문상 탄듯이
    Humor of the Day 2015. 11. 2. 18:43

    매년 이맘때면 삼성 휴먼테크 논문상 공지가 나온다.  몇 번 내봤지만 우리 연구실이랑은 인연이 안 닿아서 아직 타보진 못했다.  학생들도 귀찮아해서 올해는 아예 재촉도 안 했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몇몇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내겠다고 나섰다.  삼성 휴먼테크 논문상은 상금이 장려상 200만원에서 대상 2,000만원까지 액수가 크고, 주변에 상을 탄 사람들이 가끔씩 있었더래서 제출하면서 잠시 핑크빛 꿈을 꾸어보게 된다.  나중에 상을 타건 못 타건 상관없이, 잠시 상을 탄 듯이 어떻게 할까 고민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니까.


    상금타서 무엇을 하건 무슨 상관이냐 할 수도 있지만, 논문을 쓰는데 필요한 제반 여건은 학교와 학과에서 제공해준다.  연구실, 전기값, 냉난방, 수도물 등등.  물론 당연한 거다.  학부생들이라면 방학 때 학과 밖에서 작업을 했을수도 있으니 그렇지 않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원생들의 논문 연구 결과는 지원 과제와 제반 환경 없이는 어렵다.  상금을 주는 논문경진대회는 외국에는 없는 형태라서 얼마나 오래 갈지도 모르겠다.  노벨상이나 필즈메달은 상금이 있지만 정말 특별한 경우이고, 대학원생들에게 상금을 주는 건  학술대회 여행경비 지원말고는 아는 바가 없다.  예전에 우리 학과 어느 교수님께서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기부 문화가 아직 널리 퍼져있지않고, 우리 학교 학생들은 얼마나 큰 혜택을 국가에서 받고 있는지 너무 모르는 것 같아서 논문대회 추천서 써줄 때 기부금 약정을 받으신다는 말씀을 해주셨더랬다.  그 이야기를 들은 다음부터 나도 학생들에게 상금의 일부를 학과에 기부하자고 얘기했고,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다.  다행히 형편이 너무 어려워 상금이 다 필요했던 학생이 아직 없었고, 있었어도 아무 말없이 취지에 선뜻 동참해준게 다 고마울 뿐이다.


    헌데 이번 삼성휴먼테크의 경우는 상금이 커서 고민이 시작됐다.  적으면 적은대로, 크면 큰대로 반을 내놓자니 좀 아쉽고. 그렇다고 10%만 내자니 너무 적은 듯하고.  학과 발전 기금은 브론즈 100만원 이하, 실버 100만원 이상, 골드 1000만원 이상, 플래티넘 1억 이상이다.  상금 액수가 적어도 기부금은 100만원 채워서 실버 기부자가 되는게 기분도 좋았는데, 대상 2,000만원을 받으면 어떻게 할까 고민되기 시작했다.  교수도 논문지도 공로로 따로 상금이 있어서 나도 같이 고민을 해야했다.  모여앉아 마치 상을 탄듯이 배두둑한 얼굴로 기부금 액수를 가지고 토론을 벌였다.  사람들마다 각자 상금에 대해 거는 기대(utility라고 해야하나?)가 처지에 따라 다르고 해서 이리저리 숫자를 더했다 뺀 끝에 액수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25%로 정했다.  200만원이면 50만원, 2,000만원이면 500만원.  너무 적지도, 너무 크지도 않은 액수.


    마치 상금타서 학과에 기부금을 낸듯한 기분으로 논문을 쓰기 시작하는 모습에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른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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