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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도시에 산다는 것
    Miscellanies 2006. 11. 6. 00:18

    서울은 인구 천만의 대도시이다.  그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로써는 나름대로의 자긍심이 있다.  세계 어떤 대도시에 가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랄까.  어느 큰 도시를 가건 지하철과 버스 노선도, 그리고 택시 요금체계만 알면 걱정이 없다.  하지만 대도시 토박이의 긍지는 그렇게 단순한데 있지 않다.  지하철을 갈아탈 때 몇 번째 칸에 타야 덜 걷는지, 시내 나갔을 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언제 어느 구간에서는 버스를 타야하는지 지하철을 타야하는지 등등의 소위 축적된 "최적화" 지식이 대도시 토박이의 연륜이다. 

    십년만에 돌아온 서울은 나를 노선도 없이는 지하철을 탈 수가 없는 촌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더구나 이제는 거점이 대전이다보니 점점 더 나를 좌절시킨다.  어제는 딴에 서울에 제법 익숙해졌다고 용기내서 탔던 버스를 용무보고 반대방향에서 타고 돌아오려니 도저히 그 번호를 찾을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탔고, 백화점 지하에서 물 한 병 사려고 두리번거리다가 지하슈퍼 계산대의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했다.  서울에서의 이방인같은 내 모습에 좌절하고 있을 때 서울 생활 65+년 연륜의 어머니가 나타나셔서는 지하푸드코트 가운데에 있는 식수대로 나를 데려가시는게 아닌가!  역시 토박이. 

    아직도 내 고향 서울에 다시 익숙해지려면 멀었다.  서울 버스 요금이 얼마인지, 지하철 요금이 얼마인지 (교통카드 덕분에), 자주 타는 택시 기본요금조차도 모른다. (이건 무관심의 소치다.  서울에서는 어딜 가건 만원이니까.)  동대문이고 이태원이고 외국사는 친구가 서울오면 나를 데리고 다니며 가게를 소개시켜주는 형편이고, 어느 모임이건 맛있는 식당 잡는 건 내 일이 아니다.  비록 서울을 옛날처럼 "누비고" 다니지 못하지만, 그래도 이번 주말에는 조금의 진전이 있었다고 위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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