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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충격 일탄 - 전화부터 메신저까지
    Miscellanies 2006. 11. 17. 12:12

    지난 주 IPTV 학회에서였다.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관한 패널토의를 하다가 진행자가 자기 아이들은 SMS으로 친구들과의 모든 의사소통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잠시 멍했다.  세대가 다르구나!  내 학생들 보면 SMS보다는 메신저이지만.  간혹 학생들 방에 가서 모니터를 보고 이것저것 하다보면 친구들의 메신저 팝업창들이 쉴새없이 올라온다.  어떤 때는 두세게의 메신저창을 동시에 쓰고 있는 것도 종종 본다.

    십수년전 유학가기 전에는 밤마다 친구들이랑 몇 시간씩 전화로 떠들며 어머니 표현대로 "세상을 다 살았던" 것 같다.  삐삐도 아직 널리 쓰이기 전이였으니까.  통신서비스면에서 보자면 후발국에 속하는 미국에서 전화랑 이멜만 열심히 하면서 십년을 살고 돌아와보니까 싸이질, SMS는 이미 대세가 아니고 모든게 메신저다.  나는 싸이, SMS도 제대로 안 해봤으니 당연히 메신저도 힘들다.  매일 아침 300~500통에 달하는 스팸중에서 종종 잘못 분류되는 학과장님 이멜 챙겨내고, 수십개씩 쌓여있는 이멜을 챙겨보고나서 하루 시작을 하기도 바쁜데, 싸이, SMS, 메신저는 할 시간이 없다.  일촌평 네트워크를 공부하면서도 일촌평이란 걸 처음 읽어본 것도 이번 주다.  싸이 대신 새로 열심히 하고 있는 블로그도, 블로거들간의 네트워크 공부는 하면서도 트랙백 잘못 날리는 '닭질'을 하고, SMS는 만남시간 늦었을 때 연락용, 메신저는 출장중 학생들한테 급하게 시킬 일 있을 때 호출용 정도로 쓴다.  혹 친구가 SMS나 메신저를 띄우면 매정하게 무시했다가 시간여유가 있을 때 전화해버리는 것만 봐도 난 구시대인이다.

    그런데 이런 통신수단의 차이가 때론 생활에 나름대로 큰 영향을 끼칠 때가 있다.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친구가 말해주길 현지 파견 직원들을 보면 서로간에는 SMS로 정말 다양한 표현을 주고받고 즐기면서 막상 사업진행시키려고 사람들을 만날 때는 SMS와는 달리 표현이 풍부하지 못해 서먹서먹해 해서 사업진행시킬 때 아쉬울 때가 있다고 했다.  메신저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요새 젊은 사람들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싸이, SMS, 메신저 모두 나름대로의 독특한 사용법이 있는데, 그것들이 강한 흡인력을 가졌다.  싸이를 통한 일촌관계 관리나, SMS에서의 독특한 줄여쓰기, 메신저의 자기 표현 한 줄.  이런 매체 고유의 매력이 혹시나 얼굴맞대고 도닥거리면서 떠들 필요를 덜 느끼게 하는 것일까?  난 아직도 한 줄짜리 메신저 안부보다는 꿈에 한 번씩이라도 전화로 장시간 수다를 떨어야되고, 전화보다는 얼굴맞대고 차라도 마시고 밥 한끼라도 먹어야되는데.  새로운 매체의 범람이 만나거나 전화하기 쑥쓰러운 관계들만 만들어내고 있는 건 아닌지?

    올여름 외국 나가있는 학생한테 전화를 한두통한 적이 있다.  맨날 이멜, 메신저로 일만 시키던 교수가 전화로까지 일을 시키려나 가슴이 철렁했을 수도 있겠지만, 내 나름대로는 그 학생이 잘 지내나 궁금해서 전화해봤던 거다.  난 내 구식 스타일을 바꾸기 힘들 것 같은데, 세상이 한바퀴 돌아서 다시 나같이들 살까?  아니면 나만 이대로 SMS, 메신저의 현란한 이모티콘의 새로운 언어와 매너를 배우지 못한채 도태되어 버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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