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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iing till 84 (84살까지 스키타다)
    Miscellanies 2007. 3. 3. 15:58
    스키족과 스노우보드족은 근본적으로 상생이 어렵다.  리프트에서 내려와 보드족들은 주저앉아 보드를 신어야하고, 내려갈 때도  턴 간격, 속도등이 스키족과는 달라서 같이 타기가 힘들다.  친구따라 강남간다던가.  언제는 주위에 스키족 일색이였는데, 올해는 갑자기 스노우보드를 타는 사람들뿐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스노우보드를 배웠다.  한 번은 타호의 어느 리조트에서 점심 때 식당에서 맞은 편에 앉은 미국 할머니와 얘기를 하게 되었다.  86살인데, 재작년까지 스키를 탔단다.  스노우보드 배우느라 삭신이 쑤시고 아리고 힘들 때였다.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나 속으로 투덜거리며, 리프트타고 올라가면서 가파른 코스를 볼 때마다 스키타고 싶다고 징징거리던 참에 86살의 할머니가 재작년까지 스키를 타셨다니까 기가 죽을 수 밖에 없었다.  스노우보드 타자고 나를 끌고 왔던 친구는 의기양양해서는 거봐라 아직도 우린 갈 길이 쭉쭉빵빵이다, 잘 시작했다고 날 북돋웠다.  그 덕분인지 우리는 신나게까지는 아니지만 제법 턴도 하면서 넘어지지 않고 그 날을 마무리했다.

    작년에 100수를 넘기고 돌아가신 할머니께서도 80살이 넘어 처음 미국에 가실 때 혹시 혼자 계실 때 전화가 오면 메모라도 해놓고, 아들딸 손주들이 바쁠 때 전화라도 받아 넘겨주려면 기본적인 영어회화는 되어야 한다시면서 영어 공부를 시작하셨더랬다.

    Never too late.  그래 그거야.

    p.s. 봄이다.  개강이 2월 마지막 주 월요일이였던 덕분에 삼일절이 공휴일인줄도 모르게 바쁜 일주일을 보내고 난 후  첫 주말이다.  3년 전 3월 첫째주처럼 폭설이 내렸다면 올겨울 갈고 닦은 스노우보드 기술을 마무리하러 무주로 달려갔을텐데, 화창한 봄날씨라서 어쩌지 못하고 태산처럼 밀린 일하러 학교에 나와 앉아 있다.

    p.p.s. 겨울내리 민달팽이에게 아프리칸 바이올렛, 핑고스타를 잡아 먹히고, 추위에 가지모루 벤자민 나무는 앙상하게 잎을 다 떨구어냈고, 검은 곰팡이 같은 것 때문에 거의 다 쳐 낸 장미허브, 봄에 새 가지가 날까 노블, 난타나, 관상고추, 안슈리움은 다 쳐내고 난 베란다 화단은 여름 한창때에 비해서 텅빈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금사철, 꽃기린, 카랑코에만 기특하게 황금빛, 분홍, 귤빛을 발하며 볼품없는 베란다 화단 한 켠을 꿋꿋하게 지켜주고 있다.  봄에는 다들 다시 피어나줘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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