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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형 교수님의 전자신문 단상
    Professional 2009. 5. 20. 22:54

    김진형 교수님께서는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자생력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오셨다.  2003년 귀국해서 학교에만 있어온 나로써는 파악하지 못한 국내 산업 구조에 대해 늘 걱정하시는 모습이 잘 담겨 있는 글이라 퍼와봤다.

    [ET
    단상] SW시장에서의 사회주의적 정부 관행 타파해야

    대한민국은 시장경제를 표방하지만 소프트웨어(SW) 및 콘텐츠 분야는 아직 사회주의 경제 성격을 띠고 있다. 여러 부처에서 SW산업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시장 파괴적 사회주의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국가 CIO 역할을 하는 행정안전부가 전자결재를 위한 SW를 시장에서 라이선스 구매하지 않고 유사한 SW를 용역으로 개발해 전
    부처에서 나눠 쓰는 관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5년 행정부에서 사용할 전자결재시스템 표준을 제정 고시하자 여러 전문기업이 그 표준에 맞춰 SW를 개발했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해 총무처에서는 전자결재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전 관공서에 무상보급했다. 이런 시장 파괴적인 관행이 그 후 10여 년간 더욱 심화돼 국정보고시스템, 온나라시스템, 통합 온나라시스템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면서 지금까지 용역비로 약 600억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물론 모든 개발용역은 대기업 몫이었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는 예산 절감을 내세우며 개발 프레임워크와 공통 모듈 소스코드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 와중에 SW전문
    기업은 하나 둘 사라져 갔다. 행안부에서는 이렇게 확보한 소스를 유지 관리하기 위한 전담조직을 만든다는 소문과 대표적 전자결재시스템 업체인 핸디소프트가 SW업을 접는다는 소문도 들린다.

    교육부에서는 디지털 교과서 콘텐츠 저작권의 정부 소유를 강요하고 있다. 몇 년을 공들여 개발한 콘텐츠 소유권을 정부에 넘겨주면
    그 기업이 어떻게 생존하나. 콘텐츠는 한번 개발해 여러 매체에서 사용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핵심인데 정부 지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그 소유권을 정부에 넘기라니 콘텐츠 사업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무엇이 다른가. 그러면서도 정부는 콘텐츠 강국 건설을 부르짖고 있다.

    산업자원부에서 나서서 중소기업에 ERP시스템을 무상으로 공급해 시장을 왜곡하고 결과적으로는 우리 SW기업들을 고사시켰던
    2001중소기업의 IT화 지원 사업의 망령이 재현되고 있다. 이번에는 IT산업 육성 책임을 일부 나눠 지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자라나는 새싹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합작품인그린 i-Net 사업이다. 어린 학생들이 인터넷 유해정보에 노출되는 것을 예방한다고 유해정보 차단 SW를 가정에 무료로 보급하고 있다. 기업에 약간의 지원금을 지급하고는 누구나 그 기업 SW를 인터넷에서 무료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 사업으로 인해 유해정보 차단 SW 시장은 더 이상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는다. 앞으로 급속하게 변하는 인터넷 기술 환경에서
    어느 회사가 유해정보 차단 SW를 만들어낼 것이며 어느 누가 기술 개발을 할 것인가.

    기업이 수긍했다고 하지만 이것은 정부가 약자인 기업의 지식재산을 강탈하고 생존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사업 참여 기업에 왜
    거부하지 못했냐고 질책을 했다. 그 대답에 눈물이 난다. 정부가 추진하는 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다가는 기술력이 없어 선정이 안 됐다는 누명을 쓰게 될 것이고, 또 한두 기업이라도 참여한다면 시장은 결국 죽을 것이니 적지만 정부지원금이라도 건져서 다른 사업을 찾아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어린 학생들에게 SW는 무상으로 받아 쓰는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주게 된 것이다. 누가 미래 직업으로
    SW 기술자를 선택할 것이며, 빌 게이츠처럼 SW를 만들어서 돈도 벌고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생각을 하겠는가. 가뜩이나 심각한 우리 젊은이의 SW 관련 직업 기피현상에 기름을 부었다.

    청와대에 둔다는 대통령 IT특별보좌관의 첫 업무는 SW시장을 죽이는 정부의 사회주의적 관행을 중지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면
    SW산업은 자생한다.

    김진형 KAIST 전산학과·소프트웨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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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f Jin Hyung Kim
    KAIST Computer Science Department
    블로그 : http://profjkim.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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