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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등학생을 위한 전산학 (I)
    Professional 2009. 7. 31. 17:29


    이번 여름에 학교장 추천 입시를 위해 고등학교를 방문하면서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전자전산학과에 지원하겠다는 학생들이 적어졌다는 것이다.  25년 전에 내가 대학 진학할 때와는 전혀 딴 판이다.  그 땐 전자전산 분야 인기가 최고로 커트라인이 제일 높았더래서 가고 싶어도 차마 가겠다고 말을 못했더랬는데.  솔직히 지원하면서도 실은 컴퓨터가 뭐하는 것인지 전산학이 뭔지도 잘 몰랐지만 유망한 분야라니까 가기 어려운데라니까 궁금도 하고 호기심도 발동하고 컴퓨터라는게 많은 계산을 엄청난 속도로 해낼 수 있는 자동화 기기라는 면에서 뭔지는 몰라도 할 일이 많겠다 생각했었다.

    25년이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잘은 몰랐지만 전산학이 할 일이 정말 많은 학문이였구나 싶고, 우리가 25년 전에는 공상과학소설에서조차도 상상 못했던 웹검색과 같은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분야가 엄청나게 빨리 발달했구나 감탄하게 된다.  그 때는 전산학이 뭐냐고 물었다면 우물쭈물 컴퓨터 가지고 뭔가 하는 거라고 대답했을텐데.  뭔지 잘 모르겠지만 호기심 때문에 진학했던 것 같다.  이제는 집집마다 컴퓨터가 있고 또 매일들 쓰고 하니까 그 호기심이 예전같지 못한 것도 있겠다.  하나의 학문분야가 영원히 잘 나갈 수는 없으니까 좀 사그라들어도 그러려니 해도 괜찮을 때가 된건가?  학문의 인기도 부침이야 단기적인 홍보효과도 있고 하니까 어쩔 수 없어도 대학에서만 전산학이 다뤄지고 초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는 전혀 없는 아쉬점에 대해서 여름도 됐고, 휴가철이기도 해서 복잡한 논문 연구에서 잠시 머리도 식힐 겸 적어보려한다.

    우선 전산학이란 무엇인가 대해 얘기해보기로 하자.  몇 년 전엔가 전산학에 관심이 있는 조카가 전산학이 뭐냐고 물었을 때 마침 대우조선을 다녀왔을 때라서 조선소에서 쓰이는 전산학에 대해 얘기해줬다.  조선소에서는 두꺼운 강철판을 제철소에서 받아다가는 설계도면이 시키는대로 요리조리 조각조각 잘라내서 붙여야한다.  마치 종이인형 옷 잘라내듯이.  이 때 조각나서 못쓰게 되는 부분을 최소화하게 하려면 설계도면에 있는 조각들을 어떻게 배치해야하는가?  이런 문제는 대개 최적화된 답은 복잡도가 너무 높아서 계산할 수 없고 근사값을 사용하게 된다.  근사값 계산하는 알고리즘을 사람이 만들수는 있을지언정 사람이 계산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컴퓨터가 있어야만 그 복잡한 알고리즘을 단순연산의 반복으로 변환해서 눈깜박할 사이에 계산해낼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전산학은 정보을 습득하고, 가공처리하고, 보여주는데 들어가는 모든 전 과정을 다루는 학문이다.  정보의 습득이라고 한다면 소위 오래된 고문서들을 스캔해서 문자 인식을 하거나, 사진에서 누구의 얼굴인지 인식하거나,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이 어느 그룹이 언제 발표한 것인지 등이 모두 포함되겠다.  이런 정보를 어떻게 가공처리하는가?  스캔된 고문서의 내용은 인덱스가 붙어서 저장되면 필요한 사람들이 쉽게 뒤져 볼 수 있게되고, 인식된 사람의 얼굴은 그 사람의 사진첩에 자동으로 저장되고, 어느 그룹이 부른 노래인지를 알게 되면 그 그룹이 발표한 다른 노래들도 찾아보기 쉬워진다.  최종적으로 보여주는 과정은 다음지도(http://map.daum.net)를 생각하면 된다.  지도를 맘대로 확대축소해서 보고, 맘에 드는 장소를 지도에 쉽게 첨삭하고 오고가는 길을 지도 위에 그려보고.

    컴퓨터는 이러한 정보 습득/가공처리/표현하는 과정 중에서 일반인들이 흔히 쓰는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키보드, 모니터 등이 붙은 장비일 뿐이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어지간한 가전제품들이 이젠 20~30년 전 소형 컴퓨터가 했던 정도의 성능을 가지고 있다.  전기압력밥솥을 보면 메뉴 고르고, 타이머 시간 정해서 밥짓기 시작해야하는데 이것도 아주아주 간단하기는 하지만 프로그래밍인 셈이다.  전기압력밥솥보다 좀 복잡한 건 VCR 녹화하는 법.  일흔이 넘으신 우리 어머니 같은 분들은 여기서 막힌다.  VCR 녹화보다 조금 더 복잡한 건 MP3에 음악 다운로드 받는 것.  요기서는 이공계를 나오셨서도 마찬가지로 일흔이 넘으신 아버지께서 스톱되는 부분.  이렇게 주위를 둘러보면 컴퓨터가 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앞으로도 수십년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고등학생들이 대학지원할 때 분야별 업계 인력 수급 현황같은 전문 자료를 살펴볼리 없겠지만, 김진형 교수님의 블로그 자료만 봐도 인력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소프트웨어 산업의 규모가 삼성, LG가 경쟁하는 하드웨어 산업의 규모보다 몇 배나 더 크고, 그 큰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몫이 아직 미미한데.  갈 길이 먼데.  초중고생들이 전산학을 학문이라는 포괄적 '숲'을 보지 못하고 골방에 틀어박혀 프로그램만 짜는 '나무'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는 전산학의 총아이기는 하나 그것을 설계하고 최적화하고 거기에서 돌아갈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과정이 실제 전산학에서 연구하는 부분이다.  실제 프로그램을 짜는 부분은 일부이다.  해서 학부 1학년 프로그래밍 기초 강의를 가르칠 때 나는 이 과목은 전산 전공을 하지 않을 학생들을 위한 과목이라다고 얘기한다.  왜냐면 이제 누구든 프로그램을 못짜면 실험실습도 할 수 없고, 발표 자료도 제대로 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다면 프로그램짜기 싫어서 전산과에 안 온다는 말은 안되는데 왜 현실은 그렇지 않을까?

    글이 길어졌다.  다음 생각이 좀더 정리되면 또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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