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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꾸준히....
    Miscellanies 2011. 10. 12. 12:47
    KAIST 온 지 벌써 9년째.  공식적으로는 내년 가을에 두 번째 안식년을 갈 수 있는 햇수다. 그리고 낼모레면 곧 50대.  이쯤 되면 신임교원들의 패기와 정열이 부러워지기 시작하고, 딸리는 체력에 시름만 늘어서 내가 앞으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기 시작한다.  이럴 때면 옛날에 심악 이숭녕 선생님께 들었던 말씀을 되새기면서 내 자신을 추스린다.

    대학에 갓 들어갔을 때였나보다.  이모, 이모부께서 부모님과 같이 사촌 오빠 한둘을 데리고 심악 선생님께 세배를 드리러 갔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조그만 이층집에 사셨더랬는데 일이층 마루 모두 책장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고, 이층 책장 사이를 지나 서재에서 뵈었던 것 같다.  이런저런 말씀을 나누다가 선생님께서 어떻게 평생 연구를 해오셨나 얘기를 해주셨는데, 당신이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8시 아침 먹기 전까지 매일 꼬박 3시간씩은 공부했다고 하시면서 근면 성실함덕에 머리도 좋지 않고, 재주도 없지만 일을 할 수 있었다고 하셨다.  70대의 노학자께서 겸손하게 말씀하시는 것도 인상 깊었지만 매일 꼬박 3시간이라는 얘기는 잊을 수가 없었다.

    앞으로 내가 얼마나 더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될 때마다 심악 선생님 말씀을 되새긴다.  매일 3시간씩 잡일하지 않고 논문 읽고, 연구 고민하기만 하면 아무리 체력이 떨어지고, 느릿느릿해져도 본분에는 충실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도 매일 3시간씩 연구에 투자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다른 일로 뛰어다니는게 문제지, 나이 탓하고, 체력 탓할 일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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