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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내가 져야하는 책임은....
    Miscellanies 2014. 4. 25. 01:08

    세월호에 백 명이 넘는 어린 학생들이 수장됐다. 전시 상황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기막힌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사건이 일어나자마나부터 믿기 힘든 보도 투성이였다.  '전원 구출'이라니. 사소한 자동차 접촉사고에도 사고에 대한 충격으로 심장마비가 올 수 있는데 수백명이 탄 배가 뒤집어졌는데 전원 구출?  너무 비현실적인 낭보였지만 믿고 싶었는데, 몇 시간만에 최악의 오보로.  그 이후로는 뉴스를 보기가 너무 힘들었다.  난무하는 추측들, 자극적인 기사 제목들, 시간은 자꾸 가고, 아이들은 한 명도 구해내지 못하길 일주일.

    오늘은 민간 잠수부들과의 갈등이 기사화됐는데 디스패치 기사 말고는 민간 잠수부들이 왜 철수를 하는지 기술적인 문제는 전혀 다루고 있질 않아서 사태 파악이 안된다.  수영을 해 본 사람들은 안다. 불과 1-2미터 깊이의 수영장 바닥에만 가도 수압때문에 귀가 얼마나 아픈지.  물 위에 조끼입고 동동 떠서 하는 스노클링도 파도가 조금만 거세면 얼마나 겁이 나는지.  사고난 해역은 우리나라에서 물살이 제일 센 곳 중 하나, 물이 탁해 시계는 1m도 확보가 안되고, 배는 또 얼마나 큰지 수십미터 잠겨 있다고 하지 않는가.  어지간한 훈련받은 사람이 아니면 접근조차 힘든 상황이라는 건 수십 2-3m 이하로는 가 본 적도 없는 나도 알겠다.  배 속의 에어포켓에 생존자가 있다고 해도, 그 무시무시한 수압을 뚫고 꺼내오려면 장비를 입혀씌우고 데리고 나와야 할 것 같은데, 참, 어쩐다.

    아는 친구한테 아주 슬픈 일이 있었다.  집안에서 살인 사건이 났었더랬는데 친구의 회사에서 처음 한 일은 그 친구 그룹의 모든 사람들에게 정신상담을 시켰고, 외부 매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회사 웹페이지에서 바로 이름을 뺐고, 아무리 검색해도 그 친구 이름이 매체에 드러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어제 뉴스속보로 가족지원상담센터 핫라인 번호가 계속 뜨는 것을 보고 조금 안심했다.  한 학교 한 학년 학생들 반 이상을 이번 사태로 잃었는데 어느 누가 제 정신일 수 있겠는가.  어느 누구라도 감당하기 힘든 트라우마인데, 지역민 전체가 상담을 받고 도움을 받아야할텐데 걱정하던 차에 그런 지원 소식에 정말 잠시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어찌 지역민만 상담이 필요하겠는가.  어찌 나뿐이겠는가, 매일 매일 시신으로 발견되는 학생들 소식에 눈물흘리며 잠드는 사람들이...

    6.25 사변이 나자마자 자신은 서울을 이미 버리고 떠나서는 서울을 지키라고 방송한 이승만이 생각났다.  그 방송믿고 서울에 남았다가 남북당해 돌아가신 우리 외할아버지.  대통령이 뭐라건 나 몰라라 짐을 싼 사람도 많았겠지만 할아버진 그러지 않으셨다.  이조 오백년 양반집 장손이셨던 외할아버지셨지만 우리나라가 공화국으로 새로 만들어지고 대통령이 구정 없애고, 양력설로 모든 행정체제를 바꾸는대로 그대로 따르셔서 우리 외갓집은 늘 양력설이 쇴는데 김영삼 대통령이 다시 구정을 지내자 했을 땐 말 그대로 멘붕....

    자기는 먼저 빠져나가면서 안내 방송은 구명조끼입고 대기하랬던 선장 모습에서 이승만을, 그리고 방송믿고 빠져나올 기회를 놓친 학생들에게서 내 외할아버지 모습이 겹쳐짐은, 지난 50년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우리에게서 아직도 떨궈내야할 그림자가 깊음에 안타까와서이리라.  세계에서 아무도 이뤄내지 못한 단기간의 경제 기적에 기쁠 일도 많지만 사회 전체가 삐걱삐걱 아직도 맞추고 채워야할 조각이 많은 우리.  어른들이 어른답길 믿었던, 그 믿음에 목숨을 맡겼던 학생들을 절대 잊으면 안된다.  갖춰지지 못한 해양구조 시스템을 뭘 믿고 기준미달로 관리 운영했을까 싶은 세월호.  타블로이드인지 일간지인지 구분이 안가게 사실진위도 확인안하고 마구 쏟아내던 일간지들, 실무진만 질책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정치인들, 내가 만들어온 지난 50년의 내 얼굴이다. 난 이제부터라도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끊임없이 고민하게 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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