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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돈으로 해결하자.
    Professional 2007. 4. 20. 08:56

    과제를 받아서 연구비를 집행하다 보면 과제발주 기관에서 정한 연구비 집행 요령만 익혀야 되는게 아니라 연구실안에서도 내규를 만들 필요가 있어진다.  연구비가 모자라거나 남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예산은 무슨 근거로 어떻게 짤 것인가 등등. 

    부임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다.  한 학생이 이런 저런 책을 사서 봤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면서, 연구실 도서 목록을 만들어서 누가 무슨 책을 가지고 있는지 정리를 하자고 제안하였다.  좋은 제안이었는데, 나는 반대 의견을 냈다.  전공서적이라 하더라도 대개는 국내출판이기 때문에 권당 가격이 5만원 이하의 책이 대부분인데, 이전에 누가 연구실에서 구매를 했는데 중복구매를 피하기 위해서 목록을 만들자는 것은 좋은 취지이지만, 그 책을 누가 갖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문제는 내 박사시절 경험으로는 불가능했다.   연구실 책꽂이나 연구실 조원 책상에 있으면 좋지만, 안 보이면 찾기 어렵다.   내 돈내고 사서 친구 빌려준 책들도 졸업할 때 찾지 못해 그냥 졸업했는데 하물며 연구실책이야.  내 돈 내고 산 책이 아니라 함부로 관리한다는 것이 아니라, 책이라는게 특성상 자기가 필요할 때 보고나면 관리를 잘 안하게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 방은 필요한 책은 그 때 그 때 구매하되 각자들 보고싶은 책은 알아서 관리하기로 했다.  이러다보면 중복구매하는 책도 생기고, 사라지는 책도 생기겠지만, 5년동안 그런 책은 고작해야 서너권일 것이다.  그 정도의 감가상각은 감수할 수 있다고 판단이 되었다.  고가의 서적이라서 정말로 분실의 위험이 있다면, 학교의 연구비 집행 요령에 따라 일정 기간 지난 후 도서실로 보내면 된다.  (일정 액수 이상의 연구 장비는 학교 연구비 관리 정책에 따라 자신 인식되어 관리되지만, 소소한 재료들은 소모품으로 인식되므로 어떻게 보면 책도 소모품인 셈이다.)

    시간은 돈이다.  냉랭하게 따지자면 내 시간당 임금수준이 학생들보다 높으니까 내 시간은 학생들 시간보다 더 가치롭다.  하지만 학생들과의 창의적인 연구 자체가 내 경쟁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그들의 시간은 내 시간만큼 가치롭고 중요하다.  따라서 학생들의 연구 시간을 확보하는게 교수에게는 제일 중요한 일 중의 하나이다.  일을 하다보면 이런 일을 우리 학생들이 해서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을 자주 하게 된다.  적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지금 학생들의 임금수준이 낮다고 시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학생들 연구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 또 생각해본다.  그들의 진짜 시간당 임금수준은 실제로 지급되는 액수에 한참 플러스 알파를 해야되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돈으로 해결하는게 우리의 연구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나름대로 노력한다고 해도 "세상사는게 다 그런 거라"서 늘 생각대로 실천하면서 살지 못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교수님, 저 좀 더 플러스 알파해서 생각해주세요!"라고 호소할 학생도 생기리라.  그런 학생이 생기지 않도록 바둥거리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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