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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학교 (감독: 김명준)
    Performances 2007. 5. 27. 21:30

    석가탄신일에는 아버지를 모시고 "우리 학교"를 보러갔다.  많은 집이 그러했겠지만, 우리 집도 지난 대통령 선거 이후 세대별로 극우보수반동과 빨갱이진보집단으로 나뉘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정치얘기는 피해가는 편인데, 서로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대통령 얘기만 나오면 자식들, 조카들을 미워하기 시작하시는 집안 어른들과의 관계에서 무언가 돌파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바램에다가, 휴일을 어쩌다 혼자 보내시게 된 아버지를 위로도 할겸 시내로 나갔다.  택시를 탈까, 지하철을 탈까 고민하다가 버스 정거장까지 걸어와보니 한 번에 명동입구까지 가는 버스가 있길래 잡아탔다.  휴일이라 텅 빈 버스에 아버지랑 나란히 앉아 서울 시내를 돌아본 게 정말 몇 년 만인지.  20년도 더 된 것 같다.  어렸을 때에도 아버지랑 버스탈 일은 거의 없었으니까.  이것만해도 참 역사적인 날이였다.

    "우리 학교"는 홋카이도에 있는 한인학교에 대한 다큐멘타리이다.  해방 직후 500여개가 넘던 학교가 이제는 수십개로 줄어들었는데, 홋카이도에 있는 이 학교는 초등학교 1년생부터 고등학교 3학년생까지 백명이 될까말까한 작은 규모로 겨우 유지되고 있다.  해방 직후, 모든 산업 기반이 북한에 몰려 있었던 시절 북한정부는 이러한 "조선학교"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해오고 있으나,  60, 70년대의 이데올로기 분쟁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을 한 남한 정부에서는 친북성향의 한인학교에 대한 지원을 전혀 시작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친북성향의 조총련과는 달리 재일본대한민국민단(약칭: 민단)에서는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교과과정은 운영하지 않는다.

    영화 마지막 장면이 졸업식 장면인데, 교가의 끝단락이 "통일되어 만나리~"이다.  영화보는 내내 찔찔짜고 흑흑거렸는데, 이 장면에서는 줄줄줄 울 수 밖에 없었다.  90년대부터인가 우리의 경제력이 북한과는 더이상 비교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때부터 나오기 시작한 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비판.  통일 독일 봐라 얼마나 경제적으로 고생하고 있는지.  통일 꼭 해야되나?  뭐 이런 질문들.  6.25 세대들은 통일을 해도 아마 무력통일을 해야 속이 시원할테고, 대강 끼인 우리 세대는 통일을 하기는 하는데 어떻게 해야될 지 고민이고, 조총련, 민단이란 말조차 듣도보도 못한 신세대들에게 통일은 많은 선택 중 하나일지도 모르는데.  이런 나에게 "우리 학교"의 교가 마지막 단락은 아물지 못한 상처 마냥 시려왔다.

    아버지는 졸다깨다 보고 나오시면서 "빨갱이 영화네"라고 시큰둥해하셨으면서도, 대한민국 정부 지원에 대해서는 별반대말씀이 없으셨다.  북한에 쌀도 보내고, 공단도 만들고, 관광단도 보내는데,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 역사를 가르치는 학교에 대한 지원도 가능하지 생각하신 것이리라.  당신은 세계 오만곳을 다 돌아다니셨으면서도 금강산에는 김정일 미워서 안가지만 자식들은 다녀와도 괜찮은 심정이랄까.  이 영화 한 편으로 가족내 첨예한 대립이 없어진 것도 아니요, 다가올 가을 총선 때 또다시 세대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받을 미움이 덜 해지는 것도 아니겠지만, 어쨌건 즐거운 휴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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