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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깎고 있어요~~Humor of the Day 2011. 10. 13. 11:09
나는 과자 군것질은 잘 안 하는 편이지만, 과일은 좋아해서 학교에 종종 가지고 온다. 그런데 깎아 먹기가 참 귀찮다. 연구실에 세면대가 없으니까 더 불편하다. 내가 깎아서 학생들이랑 나눠먹기도 하지만 학생들에게도 가끔은 과일깎기를 시킨다. 배워두면 나중에 아내한테 사랑받을테니 미리미리 연습하는 셈 치라고 구슬려서 말이다. 하루는 논문 작업을 학생과 같이 하다가 다른 교수님이 부르셔서 잠시 나갔더랬다. 돌아오면서 학생 연구실에 고개를 들이미니, 같이 일하던 학생이 안 보이는 것이였다. 복도가 떠나가라 "이 녀석 어디 갔어?" 외치니, 내 사무실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교수님, 저 사과 깎고 있어요~~." 내가 사과 깎으라고 한참 게임하는 선배에게 시켜놨더니, 잠시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 일이 자기한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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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Miscellanies 2011. 10. 12. 12:47
KAIST 온 지 벌써 9년째. 공식적으로는 내년 가을에 두 번째 안식년을 갈 수 있는 햇수다. 그리고 낼모레면 곧 50대. 이쯤 되면 신임교원들의 패기와 정열이 부러워지기 시작하고, 딸리는 체력에 시름만 늘어서 내가 앞으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기 시작한다. 이럴 때면 옛날에 심악 이숭녕 선생님께 들었던 말씀을 되새기면서 내 자신을 추스린다. 대학에 갓 들어갔을 때였나보다. 이모, 이모부께서 부모님과 같이 사촌 오빠 한둘을 데리고 심악 선생님께 세배를 드리러 갔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조그만 이층집에 사셨더랬는데 일이층 마루 모두 책장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고, 이층 책장 사이를 지나 서재에서 뵈었던 것 같다. 이런저런 말씀을 나누다가 선생님께서 어떻게 평생 연구를 해오셨나 얘기를 해주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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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비수도권과 국내 비수도권에 대한 인식차Miscellanies 2011. 5. 3. 17:16
올여름 일정이 거의 확정되어 가고 있다. 내가 가야하는 외국 출장도 몇 개 있고, 카이스트에 방문하는 외국 교수들 호스팅도 여럿이다. 그 중 한 명은 6월과 8월에 두 번이나 카이스트를 방문한다. 6월 방문은 한국에 다른 일정 때문에 왔다가 카이스트에 오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호스팅하는 것이고, 8월 방문은 국내 행사에 내가 초청한 경우이다. 연구 같이 하는 외국 몇몇 친구들도 일이주 방문할 계획이고. 들락날락하면서 방문하는 친구들 챙기느라 나름 바쁠 것 같다. 10년 넘는 외국 생활에서 사귄 외국 친구들이 많이들 나를 보러 왔다갔다. 몇몇은 서너번도 넘게 다녀가기도 했으니 서울 사시는 부모님보다 더 자주 다녀간 셈인가? 외국 친구들에게 있어서 대전은 공항에서 버스타고 2시간 반 오면 되는 친구가 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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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논문의 국문화: 자기 표절(Self-Plagiarism)?Professional 2011. 4. 18. 15:01
지난 주 금요일에는 우리 연구실 곽해운 박사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에 가서 트위터에 관련된 연구 내용을 발표하고 왔다. Journal of Communiocation Research 48권 1호에 실린 연구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언론정보학에서는 온라인 매체에서의 정보 교환을 어떻게 분석해서 해석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거기서 발표된 내용은 WWW 2010 학회에 실린 "What is Twitter, a Social Network or a News Media?"라는 논문을 근간으로 해서 우리 말로 쉽게 풀어쓰고, 새로운 분석을 조금 더 첨가한 내용이다. 첨삭된 내용이 있지만 그래도 WWW 2010 논문과 연구 결과가 상당 부분 겹친다. 전산 분야에서는 하나의 연구 내용이 다음과 같이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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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고 (二重苦)Humor of the Day 2011. 4. 18. 14:13
지난 주는 봄날씨답지 않게 낮 시간에 제법 더웠다. 점심을 밖에서 먹고 땀흘리며 들어와서 미팅을 하는데 영 더위는 가시지 않고 졸음이 슬슬 오기 시작했다. 냉커피가 마구 땡기는데 미팅하다말고 1층 교수휴게실에 다녀올 수는 없고 해서 사무원에게 전화로 냉커피를 부탁했다. 보통 때는 차 심부름은 거의 시키지 않지만 같이 회의하시는 다른 과 교수님 핑게도 있고 해서 부탁들 드렸더랬다. 냉커피를 시원하게 마신 것 까지는 좋았다. 그 다음 날엔가 학생 중에서 한 명이 지나는 말로 차 심부름은 시키지 마시라고 슬쩍 얘기를 하는게 아닌가. 손님이 오시면 내가 차를 대접하기도 하고, 일정이 바쁘면 옆방에 덜 바빠보이는 학생들에게 부탁하기도 하고, 사무원에게도 하고, 뭐 딱히 정해놓지 않았는데, 냉커피 한 번 부탁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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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의 뜻읽기Miscellanies 2011. 4. 12. 23:55
아침에 부모님이 거신 전화에 놀라 깼다. 아버지께서 대뜸 "뉴스에 감사 결과 카이스트 교수 177명이나 징계당했단다" 하시는게 아닌가? 아무리 잠결이라고 해도 500명이 채 안되는 교수들 중에서 177명이나? 내가 도대체 사깃꾼 집단에서 일하고 있단 말인가? 벌떡 일어나 "저도 지난 번 감사 때 출장비 중복 지급 받았다고 지적되서 40만원쯤 토해냈어요.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를 하고 있는 학교에서 교수들 삼 분의 일이나 이상한 짓을 하고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죠! 행간의 뜻을 좀 읽어주세요!" 하고 전화끊고는 학교로 달려왔다. 지난 1-2월에 교과부 감사 때문에 학교 행정이 마비됐었다. 지난 3년간 사용한 모든 경비 내역 및 출장시 강의 보강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나한테는 주였다. 학기 중에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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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강의에 부쳐Miscellanies 2011. 4. 10. 16:56
지지난 주에 보스톤에서 열린 학회에 다녀왔다. 내 지도학생이 하필이면 학술대회 첫 논문 발표자가 되는 바람에 나까지 무척 긴장했더랬다. 초청 강연 없이 8시 45분에 학술대회 준비 과정에 대한 간단한 대회장의 소개 후 9시부터 바로 논문 발표에 들어가는데 내 학생이 일번 타자가 되었으니 긴장될 밖에. 그 학생은 학부 때 여름방학 영어 연수와 대학원 과정 중에 미국에 8개월 다녀온 적이 있어서 영어가 조금 되기는 하지만, 전통 한국식 영어 발음을 구사하는 토종이다. 발표는 영어도 중요하지만 연구 내용을 짜임새, 조리있게 구성해서 전달해줘야하는데 발표 내용도 많이 다듬었고 연습만 열번 가까이 해봤더래서였는지 크게 떨지 않고 잘 마쳤다. 질문도 많이 들어왔더랬는데, 원체 토론에는 강한 학생이라 영어로 답해야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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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학계에서 인정하는 전산학 분야 학술지 및 학술대회Professional 2011. 3. 10. 18:32
중국 China Computer Federation에서 인정하는 학술지 및 학술대회에 관한 정보를 중국 교수에게 받아서 올려본다. http://www.ccf.org.cn/sites/ccf/nry.jsp?contentId=2565073010487 에 가보면 정보가 있는데 중국어로 되어 있어서 읽기가 힘들다. CCF가 우리나라로 치면 정보과학회쯤 되는 것 같은데, 거기서 이렇게 A/B/C급으로 저널들과 학술대회를 나누어놓은 것을 정부가 인정해주고, 과제 실적 평가에 사용한다고 한다. 어떤 기준으로 분류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런 조사를 따로 하는 나라로 내가 아는 것만해도 미국, 브라질, 중국, 싱가폴, 호주 등인데, 나라마다 이렇게 같은 일을 반복한다면 ACM이나 IEEE ComSoc 차원에서 뭔가 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