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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국내 전산학 1세대Professional 2018. 6. 27. 15:31
대학교 들어와 처음으로 컴퓨터를 접한 후, 전산학을 공부하며 가르쳐 온 지 벌써 30년이 넘었다. "우리가 어렸을 땐~" 이러면서 학부생들 못 알아듣는 구닥다리 옛날 얘기를 할 수 있을만큼 "경력"이 쌓였다. 돌이켜보면 학부생 때는 교수님들이 강의하시니까 그게 진리요, 참이요,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내가 그 자리에 서보니 얼마나 부족함이 많은지를 깨닫는다. 나는 서울대 컴퓨터 공학부 7기이다. 당시엔 전자계산기 공학과라는 마땅치 않은 이름의 학과였다. 교수님이 6분 밖에 안 계셔서 수치해석은 인하대 김하진 교수님께서 해주셨고, 거의 모든 교수님들 수업을 매학기 들었다. 컴퓨터 아키텍쳐 강의는 당시 박사과정이셨던 전화숙 선배님께서 하셨고, 인공지능은 권혁철 선배님, 그래픽스는 신현식 교수님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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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수익으로 만든 기금: WWW 2014, WKK, CoNEXT, 그리고 쭉 계속Professional 2018. 6. 26. 13:52
작년 12월 개최한 ACM SIGCOMM CoNEXT 학술대회 정산이 이번 주에서야 마무리되었다. 200명이 넘는 참가자에 예산이 천만원이 넘는 규모였다. 정산을 하면서 기분좋았던 일이 있어 적어본다. 2014년 서울로 유치했던 WWW 학술대회는 엄청난 규모였다. 3년의 준비 기간에 1000명 이상 규모로 예산만 10억이 넘었다. 더군다나 이 학회는 ACM이나 IEEE처럼 W3 Consortium이 예산을 책임지지 않고, 로컬 주최측이 책임도 지고, 이익이 남으면 가지는 구조였다. 우리 학부 정지완 교수님께서 조직위원장으로 당시 서남표 총장님을 설득해 우리 학교가 예산을 책임지는 주최측으로 해서 유치했고,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원체 대규모 예산이다보니까 조직위는 적자를 면하려고 피가 말랐다. 기업 스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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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 결과 보고서 없애기Professional 2017. 8. 17. 00:27
교수들은 은퇴할 때까지 과제비 관리에 허덕이며 산다. 지난 수십년간 꾸준히 좋아진 우리나라 연구 환경에 대해 또 불평이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제도는 꾸준히 진화해나가야한다. 조금이라도 보완해서 얻는 득이 크다면 안 그렇게 할 이유가 없으니까. 이번 봄여름에는 종료 과제 최종 보고서를 두 개 제출했고, 제안서를 두세개 썼다. 제안서를 쓸 때는 관련 자료도 찾아보고, 내가 지금까지 해온 연구도 다시 요약해보고 (신입생들에겐 공부가 된다), 무엇을 어떻게 연구할까 고민도 해보니 제안서 쓰는 시간이 크게 낭비는 아니다. 하지만 과제 결과 보고서는 다르다. 과제 결과 보고서가 우리 국내 학계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 왜? 미국에서는 결과 보고서를 안 쓰니까. 난 미국 대학에서 교편을 잡아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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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Job Market에 나가야 하는지?Professional 2017. 7. 7. 10:07
아직 박사 졸업생을 10명 못 낸 교수이지만, 그래도 졸업해나가는 박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참 많다. 국내 박사로는 미국 job market에 바로 나가는게 영어, 인지도 등등의 문제로 쉽지 않아서 포닥을 일단 권해주지만, 포닥을 하고 나서는 꼭 job market에 나가보라고 권한다. 도대체 job market이란게 뭘까? 미국이라고 한정짓고 있지만, 절차나 결정 과정이 미국 대학과 유사하기 때문에 스위스의 ETH, EPFL, 그리고 아시아권의 HKUST, NUS 정도가 매년 봄에 벌어지는 Job Market(잡마켓)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등의 기업도 물론 포함된다. 분야마다 잡마켓이 다르게 운영되기 때문에 내가 아는 전산분야에만 한해 적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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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비정규직 포닥: 왜 하나?Professional 2017. 6. 27. 20:00
사회 전체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화두이다. 학계에서 제일 대표적인 비정규직이 일명 포닥으로 불리는 post-doc이다. 분야마다 포닥의 현황이 크게 차이가 나서 일단 전산 분야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내가 90년대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닐 시절에는 박사 졸업생들이 바로 취직을 해서 나갔다. 포닥은 외국 박사들 뿐이였다. 당시 이태리, 스위스나 영국의 경우, 국가에서 대학원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대신, 기한이 3년으로 정해져있었다. 아무리 천재에 날고 긴다고 해도, 미국 대학엥서 4-6년 걸리는 박사 과정을 유럽에서 3년만에 마치면, 논문 실적이나 연구 깊이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미국 대학이나 연구소로 진출하고 싶은 유럽 박사들이 미국에 와서 포닥을 하였던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 IT 버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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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 Report on "Generation CS"Professional 2017. 3. 1. 17:03
CRA Report on CS Undergrad Enrollments Surge Since 2006http://cra.org/data/generation-cs/ Generaion CS. CRA(Computing Researching Association)가 최근 전산분야 학생수의 폭발적 증가에 대해 붙인 이름이다. 미국 전산학계는 3번의 급격한 학생 수 증가를 경험했다. 1980년대 중반의 첫 폭발적 증가는 "PC boom", 1990년대 말은 "dot com boom"으로 지칭되고, 2010년대 후반의 지금은 "Generation CS"로 명명하였다. 전공에 상관없이 전산에 대한 기초 지식이 필요한 세대라는 뜻이리라. 이번 CRA에서 낸 보고서에 나온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보았다. 보고서는 미국내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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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를 위한 유사 학술대회 판별법Professional 2017. 1. 23. 18:38
며칠 휴가 다녀와 이멜 정리하느라 바빠 죽겠는데 아래와 같은 이멜이 또 내 시간을 뺏는다. 그냥 훅~ 읽어보면 학술대회 초청강연을 와 달라고 하는 거라 굉장히 기쁘고 영예로운 일일수 있다. 헌데 자세히 읽어보면 돈벌이를 위한 학술대회 초청 강연이다. 돈벌이를 위한 학술대회 구별법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1. 내가 초청자를 모른다. 내가 노벨상쯤 탄 유명인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 연구자로써, 모르는 사람이 하는 행사는 취지나 운영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기 때문에 왜 나를 초청하는지 자세히 봐야한다. 우리 분야 어지간한 연구자들은 어느 대학에서 누가 뭐 하는지 꿰고 있는데, 내가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거나, 대학 교수가 아닌 처음 들어보는 학술기관의 디렉터 어쩌고 하는 직함을 대면 사시눈을 안 뜰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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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벵갈루루 방문기Visits 2017. 1. 11. 14:42
인도 벵갈루루 방문기 2017년 초하루부터 인천 공항으로 향했다.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리는 COMSNETS 학술대회에 Plenary Keynote 초청 강연하러 길을 나섰다. 지금까지 여러 번 인도를 가봤지만, 이번처럼 고단하기는 처음이다. 우선, 벵갈루루는 두번째 가는 거라 관광도 좀 해볼까 욕심을 낸게 문제였다. 인도내 여성 여행객에 대한 폭력 사건을 뉴스미디어에서 많이 다뤘더래서인지 인도 여행에 선뜻 같이 가겠다는 친구들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심지어 9월에는 Tamil Nadu와 벵갈루루가 있는 Karnataka 두 주 간의 농업용 용수 다툼으로 Bundt( 영어로는 sit-out 쯤 되려나. 길거리에 나와앉는 항의의 표현)가 발생하고, 벵갈루루 시에는 통금령이 내렸다. 깜짝 놀라서 학회 못가겠다..